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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r 28. 2018

스마트폰 시대의 속도감

속도에 대한 극상의 기대치에 대하여



속도감.

.

그에 대한 극상의 기대치.

.

그리고 사라진 부팅.


SSD를 장착해서 부팅이 빠른 노트북은 언제나 필요할 때 주저함 없이 시작 화면을 띄울 수 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부팅이 진행되는 수십 초 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여유는 이제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쓰면서 이미 부팅이라는 과정의 주저함을 잊게 되는 데 익숙해져 갑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하드가 구동되고 화면 가득히 뭔가 기지개를 켜는 듯하며 시작을 준비하는 분주한 PC의 생동감을 느낄 기회가 사라져가는 것입니다....

전화기 마저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인터넷에 이르는 중간 과정은 더 없이 간단해졌습니다. 

전원을 누르면 어느새 준비된 첫 화면이 터치를 기다리며 선명하기가 이를 데 없는 스마트함을 자랑하며 다음 터치를 기다립니다.

아이폰을 최신 버전으로 바꾸면서 그동안 구형 아이폰 4S의 속도감에 익숙해져 있던 스마트폰의 속도가 더 없이 빨라졌음에 놀라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뭘 하나 시키면 꿈벅이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송아지처럼 움직이곤 했는데, 이제는 행간이 없는 소설을 연이어 읽듯이 터치에 터치를 더해도 결과 창을 띄워놓고 다음 터치를 기다립니다.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들이 역시 최신 기종의 CPU를 아낌 없이 쥐어 짜듯 사용하며 서로 간의 경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릅니다.

위성에서 내려 보던 지도 속 건물들은 순식간에 그 측면을 보이며 생동감을 높이기도 하고, 카메라는 연사를 넘어 초고속 카메라의 능력도 보여줍니다. 

 기대 수준을 넘어선 기능의 과시로 앞서갈 수 있다는 확신은 우리에게 늘 낯설기만 한 성능의 극한치를 누리라고 임무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빠른 변화와 금방 그에 익숙해지는 사람들. 

그리고 한 번 익숙해지면 영영 다시 예전의 불편함을 못 견뎌하는 인지상정으로 인해 우리가 느낄 속도감은 그에 대한 극상의 기준치를 자꾸만 올려갈 듯 합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순간부터 수십 초, 아니 수 초 동안이라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여유는 이제 없어져 버렸습니다.

일상에 공백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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