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인턴 나부랭이에서 레지던트가 되어 의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입국식 날. 의국에서는 거대한 환영 행사를 준비한다.
신입 레지던트는 양주와 노래가 나오는 가라오케에서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
당시 유행하던 티아라의 Bo-peep bo- peep 안무를 대충 뭉개듯 준비하고 여명 808을 마셔두었다.
번쩍거리는 조명 아래서 귀여운 춤을 추고
교수님과 선배들이 주는 독한 술을 받아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나를 관행에 따라 윗년차가 자차에 실어 날랐다.
선배의 차는 렉서스.
잠에서 깬 나는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선배님, 저 토할 거 같아요."
그러자 다급하게 선배가 외친다.
“뭐? 뒤에 봉투 없어 봉투?”
“몰라요오오오. 저 급한데요. 토할 거 같아요. 우욱.”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도시고속도로 한복판, 렉서스 안은 미칠 듯 분주하다.
“야! 여기 뭐 있다! 여기다 해, 여기다."
선배가 때마침 찾아 건넨 봉투에 타이밍 좋게 토를 했고, 다시 차 안은 잠잠해졌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가 했는데.......
갑자기 선배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 봉투는 종이봉투였고, 내 토사물의 축축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밑이 뚫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선배의 렉서스에 진한 흔적을 남긴
인상 깊은 레지던트 1년 차가 되었고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의국의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다행히 수련의 생활을 잘 마치고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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