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잣가의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굴굴 Feb 04. 2024

한 많은 시어머니가 부러운 며느리

7:1은 쨉도 안된다

중간에 잃은 아이까지 하면 이번이 꼬박 8번째 출산이었다. 드디어 아들이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고추부터 확인한 시어머니는 산통으로 기진맥진한 그녀에게 눈치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하나는 외로우니 남동생 봐야겠다!"

천성이 순한 그녀였지만 그 말만은 참을 수 없어 "어머니, 내가 애 낳는 기계요?" 하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그리고 한이 맺혔다.


막둥이는 무럭무럭 자라 참한 처자에게 장가를 들었다.

그녀의 며느리는 착하긴 했으나 몸이 약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아이 소식이 없었다.

걱정되었지만 아이가 왜 생기지 않느냐 묻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 손주를 안았을 땐 행여 지나가던 못된 귀신이 질투라도 할까, 기뻐 날뛰는 심장을 다독이고 고맙다는 말을 겨우 전했다.

첫 손주를 보고 나니 외로워할 손주가 눈에 밟혔다. 그럼에도 끝까지 동생을 낳으라는 말 한번 꺼내지 않았다.

물론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어찌 그녀가 받은 한을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으랴.


시간은 더 흘러 팔순 잔치를 한 이듬해 정초. 운동삼아 천변을 걷다 살짝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80 노인의 낙상은 조금 아프고 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열흘이 넘도록 돌아 눕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자니 딸이 억지로 병원에 데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갈비뼈가 부러지고 피가 고여 입원을 해야 했다.

입원 수속을 하는 내내 7명의 자식들과 그 내외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했고 그녀는

"내 고집에 병을 키워 너희들 걱정만 시키고 미안하구나." 하는 사과를 정확히 14번 반복했다.

그리고 일주일의 입원기간에도 자식들과 그 자식들까지 수시로 드나들어 병동의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그렇게 살뜰히 보살핌을 받다가 건강히 퇴원했다.


아직도 그녀에게 한이 남았을까?

몸이 약해 손주 하나만을 안겨드린 며느리가 바로 나다. 그리고 자식복 많은 그녀는 나의 하나뿐인 시어머니다.

이번 설 명절에 그녀를 만나러 가면 '부럽습니다, 어머니.' 하며 너스레를 떨어야겠다.





*대문 사진은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설 #구정 #명절 #시어머니 #며느리 #아들과딸 #시누이6명 #한 #k며느리 #손주 #손자 #아들 #자식복 #에세이 #시월드 #시댁 #시모 #시집살이 #고부갈등

매거진의 이전글 시누이가 여섯인 게 서러운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