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과 섭식장애, 그리고 자존감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봅니다.
뒤척이다 겨우 잠든 밤을 지나, 화장기 없는 부스스한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 마음에 스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나는 꽤 괜찮다.’라는 위안보다는, ‘살이 더 찐 것 같은데, 피부는 왜 이래?’ 같은 불평이 먼저 떠오르진 않나요.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가혹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은 흠결을 크게 부풀려 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자존감은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흔들린 자존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은 다름 아닌 식탁입니다.
섭식장애와 자존감
다수의 연구에서 낮은 자존감이 섭식장애의 뚜렷한 위험 요인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폭식이나 거식 행동을 반복하는 비율이 높았고, 체형과 체중에 대한 불만,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 몸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자기 평가의 틀 전체가 왜곡된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섭식장애 발병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이환률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사회적으로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본래 불안과 식사 행동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합니다. 보통은 스트레스와 불안이 몰려와도 자존감이 버텨주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 잘 회복할 수 있어”라는 자기 확신이 있어서 식습관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으면 작은 불안에도 쉽게 무너지고, 불편한 감정을 조절하는 대신 먹는 행동으로 풀게 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는 이렇게 부족한데 먹을 자격도 없어”라는 자기부정으로 이어져, 식사를 거부하며 자존감을 지키려 합니다. 즉, 자존감이 심리적 댐(dam) 역할을 해줘야 불안이 식사 행동으로 넘치지 않는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폭식이나 거식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오는 거죠.
또다시 조절력을 잃다니! - 폭식 (Bulimia Nervosa, Binge Eating Disorder)
폭식 후 구토 같은 자기 파괴행위가 동반되는 경우 폭식증(Bulimia Nervosa), 그렇지 않은 경우는 폭식장애(Binge Eating Disorder)라고 합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장 기본적인 식습관조차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순간적인 과식 뒤에 강한 후회와 죄책감이 따라붙습니다.
세로토닌 결핍이 주요 병리 기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기분 안정과 식욕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부족해지면 불안과 충동이 커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탄수화물에 집착하게 됩니다. 폭식을 하면 일시적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 안정감을 주지만, 곧 다시 떨어지면서 자책감과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나는 먹을 자격도 없어! - 거식 (Anorexia Nerv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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