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근무시간이 지치는 역설

결국은 자유도가 어느정도 있어야 하는 법

by Chloe C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 팀은 다른 곳보다 야근도 적고, 워라밸도 괜찮지 않아?”


겉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평균 근무시간은 짧고,

밤늦게 불이 켜진 다른 부서에 비해 여유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는 걸까.

기존에 있던 인력들은 점점 팀 분위기가 안좋다고 늘 말한다 왜일까?


이곳의 일은 대부분 다른 부서가 작성한 자료를 검증하고 해석하는 게 일이다.

자연히 성취감은 줄어들고, ‘남이 만든 결과물의 방패막이’ 같은 허무감만 남는다.

근무시간은 짧아도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와 별개로 피로가 증폭되는 부분이 있다.

팀 분위기는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매여 있고, 그의 기분에 따라 팀 공기가 흔들리며 결정도 자주 뒤집힌다.

리더십이 균형을 잃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의 의욕은 빠르게 무너진다.


위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상부자는 리더의 배경이 맞지 않으니 중요한 논의에서 배제되고,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위에서는 무관심하고, 안에서는 편향된 관계에 휘둘리는 구조 속에서 팀은 더 쉽게 소진된다.


그리고 나는 실무자다. 보고서를 만들고, 숫자를 채우고, 결정을 기다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 구조 안에서 무엇을 바꾸겠다고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토만 다는 일상과 점점 줄어드는 의욕뿐이다.


짧은 근무시간은 착시일 뿐이다.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건 단순한 업무량이 아니다.

압축된 압박, 남의 성과에 매달리는 구조,

관계에 흔들리는 리더십, 위로부터의 무관심, 그리고 그 속에서 버티는 실무자의 무력감이 겹겹이 쌓여 갈 뿐이다.


결국 가장 먼저 소모되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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