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제를 관리하지 못한 채 사람을 옮길까
조직에서 사람의 이동은 늘 간단한 언어로 정리된다.
로테이션, 인력 재배치, 조직 효율화.
문서로 보면 갈등은 정리된 것처럼 보이고,
숫자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시간은 다르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이동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끝에,
마지막 선택지로 밀려난다.
⸻
싸늘함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아주 미묘했다.
발령을 앞두고 그녀는 나에게
팀장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 팀원들, 팀장 다 안 좋아해.”
“네가 팀장이랑 친하면, 너도 안 좋게 보일 수 있어.”
몇 달 동안 이 팀이 좋다며 합류를 권하던 사람의 말치고는
너무 다른 방향이었다.
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싸늘함이 생겼다.
아직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관계의 공기가 바뀌고 있다는 감각만은 분명했다.
⸻
그녀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직이 잦은 상경계 백그라운드의 회계팀 출신으로,
자기주장이 다소 강한 성격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녀의 강한 성향이,
이 조직의 역할과 계속 충돌했다는 점이었다.
이 어긋남은 곧 갈등으로 이어져 현업과의 다툼이 반복되었고,
그녀와 껄끄러운 상황에 놓인 현업들은 나머지 팀원들에게 연락/요청하고
심지어, 주요 업무조차도
팀장이 대신 수행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갈등은 있었지만,
그 갈등을 재정의하거나 조정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부담으로 흡수되었다.
⸻
그렇게 그녀의 책임은 조용히 이동했다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승인 내역이 현재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관여하지 않았던 결정들이
설명 없이 내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때 나는 이 문제가
개인 간의 오해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책임이 이동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가 결정했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면
일은 더 이상 일로 남지 않는다.
신뢰의 문제로 바뀐다.
⸻
이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같은 팀에 오래 있었던 동료들에게
조심스럽게 과거를 물어보게 되었다.
그들의 대답은 길지 않았지만,
표정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특정 사건 하나를 떠올리기보다
일을 지저분하게 처리하던 방식,
근속연수를 운운하며, 반복되던 업무 회피,
그리고 후임들과의 잦은 마찰이
하나의 패턴처럼 언급되었다.
그제야 나는
이 갈등이 어느 한 팀에서만 생긴 일이 아니라
여러 조직을 거치며 누적된 결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 그녀가 이곳으로 이동하기 전을 되짚어본 순간
아차 싶던 부분이 있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전 팀장과 반복된 충돌 끝에
사무실 내 공개적으로 고성을 주고받았다.
그룹 구성원 대부분이 인지할 만큼
공기 전체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함께 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문제를 더 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물리적으로 분리할 것인가.
결국 위 책임자는
로테이션이라는 명분 아래
그녀를 이곳으로 강제 배치한 것이다.
이 결정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많은 조직이 선택하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식이었다.
⸻
하나,
이것에 덧붙여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녀는 여전히 이 조직에 남아 있고,
그녀를 책임져야 했던 팀장은 결국 면보직되었다.
이 결과를 두고
누가 옳았는지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선택이
조직이 무엇을 문제로 인식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고는 느낀다.
어쩌면 이 조직에서
문제 그 자체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것은
그 문제를 끝까지 통제하고 조정해야 하는
관리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런 이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세 번째 이동이었다.
그제야 질문은 개인을 벗어난다.
방출이 반복되는 사람을
조직은 언제까지 ‘다음 자리’로 옮기며 관리할 수 있을까.
그 이동은 정말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조용히 분산시키는 방식이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숫자로 기록되지 않는 비용—
팀의 피로, 신뢰의 붕괴, 관리자의 소진—은
누가 감당하고 있었을까.
⸻
에필로그
나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어디로 옮길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관리가 멈췄는가를 먼저 묻고 싶다.
그 질문이 남아 있는 한,
이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이런 인력은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절대 하면 안되는 방식들이 있는데, 이전 팀장이 했던 방식이 아래와 같다.
1) 잘하는 걸 맡기자 - 장점 확대 전략은 책임감이 검증된 사람에게만 유효함
(이 사람의 경우, 책임감이 없기에 결국 이런 방식은 방임과 같았다.)
2) 로테이션으로 문제를 덮는다 - 행동 패턴은 계속 축적
(이동자가 연차가 높은 사람이기에 조직 내 부정적 영향은 가속화 되었다.)
3) 성향을 이해해주면 나아질 거라 기대 - 이해를 허용으로 착각
(타부서와 협업이 안되는 사람이기에 나는 이런 업무는 안해도 된다고 방치하는 행위 유발)
위와 같이 이전 팀장이 허용해 주었던 모든 방식은 실패가 되었고,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 망가지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 상무가 뽑아낸 마지막 카드는 이것이었다.
리더의 성향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 그녀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강약약강인 권력 감지형 인력이기에
좀 더 강한 성향의 관리자를 앉힌것!
물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건 전 팀장님에게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런 인력은 이해로 관리하면 조직을 소진시키고,
구조로 관리하면 조용해지는 법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