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세이_02

by 최한

이번 휴일에 너의 부모님을 뵙기로 했다.


지방에서 이곳까지 너와 너의 동생을 보러 오신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내가 살며시 끼어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점심은 가족끼리 보내고 저녁은 나도 합류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저녁식사로 무엇이 좋을지 너와 나는 고민하며

이곳, 저곳의 식당을 공유했다.

인원이 많은 만큼 큰돈이 나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너의 어머니, 아버지께서 나를 자주 만나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식당을 정하고 싶었다.


너는 어머니께 식당 정보를 공유했고, 공유의 답으로 어머니가 말씀하신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다.


엄마 : 너네가 먹고 싶은 거 해. 우리가 사줄 거야.


이 메시지에서 나는 '우리'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 아빠'가 사줄 거야. 가 아닌,

'우리'가 사줄 거야. 라는 말에.


어머니, 아버지는 '엄마, 아빠'가 아니라

'우리'라고 표현함으로써 독립되었다.


아이들에게 묶여있는 인격이 아니라

두 분 자체의 인격.


어머니, 아버지는 자식을 모두 독립시켰고

최근 직장을 은퇴해서 두 분이 오롯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우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운 것인가 싶다.


문득 우리 부모님을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닌

혜진, 준호의 인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

저울에 비유하고 싶다.


그동안 두 분의 마음 속 저울은

'자식'쪽에 무게가 편중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두 분 자신 쪽에 무게가 편중되어

자신을 더 돌보고 서로를 더 돌보았으면 좋겠다.


너의 어머니, 아버지는

어느새 내가 닮고 싶은 부부의 상이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두 분이 앞으로

자유를 느끼고 도전하고 여유를 즐기며

인생 버킷리스트를 이뤄내셨으면 좋겠다.


두 분이 이뤄준다면

나도 그 들 나이에, 그 들을 따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기에.


두 분의 앞 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응원은

나의 앞 날을 응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너와 나.

'우리'의 앞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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