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에세이_22

by 최한

연말마다 시간 내어 너와 함께 분위기가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작년 연말에도 너와 함께 서울에 있는 유명한 식당에 방문했다. 얼마나 유명한지 사전에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뿐이었다. 그래도 예약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들뜬 마음으로 방문했다.


대기 선착순으로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장 구석진 자리로 안내되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벽난로가 놓여있는 자리에 앉고 싶어서 추위에 떨어가며 첫 번째로 기다렸던 우리는 상심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트리 가까이에는 한 커플이 앉았다.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너에게 툴툴댔다. 너도 나의 말에 공감했다.


음식을 주문하며 같이 마실 와인을 추천받으려고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와인바'로 소개된 식당이지만 직원은 와인을 잘 알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와인을 골랐다. 기대했던 식당에 대한 마음의 별점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네가 나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예쁜 표정을 지어주고 싶었지만 식당에 대한 불만에 웃는 표정이 어색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너와 대화를 하면서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너에게 예쁜 미소와 행복한 얼굴만 보여주어도 시간이 부족한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고 함께 서빙된 와인을 마시며 식사를 즐겼다. 기대했던 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해 맛있게 먹었다. 이 식당을 찾아낸 네가 뿌듯할 만큼.


네가 문득 물어봤다.

"그쪽은 뷰가 좋아?"


나의 시선엔 크리스마스트리가 살짝 보이는데, 그것을 물어보는 듯했다. 그냥 그래. 하며 솔직하게 답했다.


나의 대답에 너는 차분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나는 뷰가 좋아."


너의 시선에 보이는 거라곤 '나'와 등 뒤를 막고 있는 벽뿐이었다. 너의 말에 웃음이 비실 났다. 미소를 살포시 짓다가 함박웃음으로 번졌는데,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로맨틱한 말을 덤덤하게 뱉는 네가 사랑스러워서, 11년 동안 너의 사랑이 여전해서, 실망한 나의 마음을 단숨에 끌어올려준 너에게 고마워서, 실망한 내색을 보인 것이 미안해서.


감동의 눈물인 것을 아는지 너는 당황하지 않고 휴지를 건네며 미소 지었다.


이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 나는 너만 있으면 된다.

음식이 맛이 없든, 크리스마스트리가 안보이든.


내 행복엔 그저 너만 존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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