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만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에세이_05

by 최한

직장에서 만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나는 총경력이 15년이고 이직 후 현 직장에서는 근무한 지 3년 차다. 그동안 스쳐 지나간 동료들을 생각해 봤다.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엔 원래 정을 잘 주는 스타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동료들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아왔다. 직장을 떠나며 동료에게 말했다.

"꼭 연락하며 지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사치레에 불과했다.


당시에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마음이라는 건 항상 생각한 것처럼 잘 되지 않는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잘 통하는 동료가 있다. 3년 차가 될 동안 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얼마 전부터 점심시간에 읽을 책을 손에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가 물어봤다.

"대리님, 책 좋아하세요?"

그게 그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게 된 시점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그와 자주 이야기했다. 서로의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언젠가 나에게 말했다.

"대리님 따라서 책 읽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요즘 회사생활이 재미있어요."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첫 동남아여행에서 망고스틴을 먹었을 때처럼 어색하지만 분명한 기쁨이었다.



얼마 전 읽은 시집의 시가 생각났다.


[봄날]

늦은 봄날 소나무 송홧가루 날린다

세상에 날릴 것 없는 사람도 많다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황청원>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더러 존재한다. 나는 이 시를 읽었을 때 기왕이면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내가 마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뿌듯했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었다.


그와 몇 개월간 습관적으로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내가 필요한 물건이면 그에게도 필요한 물건이라 생각하고 그의 것도 함께 주문했다. 좋은 책을 읽으면 그에게 추천해 주었고, 선물이 들어오면 그에게 나눠주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직장동료의 틀을 벗어나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뱉는 말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믿는다. 말 한마디에 좌절하고 감동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 그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노랜드>(천선란 작가의 소설) 독후감을 보다가, '누구나 살아가며 은인을 만나게 된다. 그게 전생에 나와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이랬다. 그 은인은 전생에서 사랑했던 그 마음을 그대로 품고 태어나 이번 생에서도 내 삶을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것이다. 기억은 못 하더라도.'라는 글을 봤어요. 대리님과 저는 전생에 사랑을 나누었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하하하. 대리님 짱짱 좋아요]


[대리님 덕에 제 삶이 조금 밝아졌어요. 사실 회사도 다 그만두고 숨고 싶었는데.. 진짜로 대리님 덕에 잘 버텨냈어요! 저희 앞으로도 재밌게 놀아요.]


난 또 말 몇 마디에 쉽게 감동했고 사무실에서 가장 청승맞은 직원이 되었다. 진심이 담긴 그의 말에 감동했고 서슴없이 표현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가두기 바쁜 삭막한 사람들과는 다른 그의 성격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는 나를 단숨에 큰 사람으로 만들었다.

거인이 된 나에게 오늘만큼은 아무도 상처 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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