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06
보통의 속상함 크기와는 다른
거인의 크기로 다가오는 속상함이
나를 찾아올 때가 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녀석이다. 그 녀석은 내 안에 피어있던 꽃들을 뭉개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제까지도 분명 행복해하던 내가, 그 녀석으로 인해 한 순간에 불행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 녀석은 이따금씩 찾아와 나를 무너뜨린다.
잠시 집을 나갔다가 잊을만하면 예고 없이 다시 돌아온다.
그 녀석을 내 힘으로 내쫓지 못한다.
녀석이 제 발로 내 집에서 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녀석으로 인해 내가 피운 꽃들이 뿌리까지 뽑힐까 봐 무섭다. 하지만 비로소 그 녀석이 제 발로 나갔을 때 생각해 본다.
그 녀석이 찾아온 횟수를 손으로 꼽고,
내 안에 꽃을 피웠던 횟수를 꼽았을 때
꽃을 피웠던 횟수가 더 많음에 안심하며
'나는 아직 강하구나'를 상기시킨다.
다시 찾아올 그 녀석이 내 꽃들을 쉽게 망가뜨리지 못하게 줄기가 더 단단한 꽃들을 심어놓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