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리스트

에세이_07

by 최한

오랜만에 너와 야식을 먹었다.


늦은 저녁에 시작한 운동을 마친 후였고 야식을 먹기에도 늦은 시간이라서 참아보려 했다.


하지만 너와 만나니 설레는 마음에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한 식당에 들어가 생선구이를 시켰다.


간단하게 맥주를 마실 생각이었지만 너와 나는 내심 소주를 한 잔 하고 싶었나보다.


"생선구이엔 역시 소주지."


취향이 잘 맞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마음이 통할 때 마다 설렌다.


마음이 통함을 아는 순간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큰 행복이 느껴진다.


만약 그 기분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과 똑같다면 난 이미 이 세상의 주인일 것이리라.


주문한 생선구이가 나오고 너와 나는 습관처럼 술을 마실 때마다 잔을 부딪혔다.


문득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가 반응했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가수의 노래였다. 그런데 왠일인지 가수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 노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귀담아 듣지 않던 가사도 귀담아 듣게 되었다.


혼자서 우연히 들었을 때엔 별로라고 느껴져 넘겼던 노래인데 오늘따라 새삼 좋았다. '왜 일까? 취향이 바뀐걸까? 이 노래를 내일 출근길에 다시 들어도 좋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바로 답을 내렸다. 아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답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노래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있는 순간이 좋아서 이 노래마저 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행복해, 네가 나랑 시간 보내줘서."

야식을 먹는 것에 네가 후회하고 있을까봐.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11년 동안 붙어있는 우리지만 이 순간이 문득 꿈 같아서.

너에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우리 모든 선택에 후회 하지 말자."


생각마저 같았다. 너도 내가 야식을 먹는 것에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어른스러운 너의 말에 오늘만 몇 번 째인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우리는 눈을 맞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눈빛으로 사랑한다고 얘기했다.


그 순간은 어느 누가 보아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커플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오늘의 너를 기억하기 위해

오늘부터 좋아질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