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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규 Oct 31. 2024

정직한 니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대상포진


면역력이 약한 나는 이번에는 대상포진에 걸렸다. 아주 심하게. 죽을만큼 아프게. 좋다. 성경에는 이런 비루한 인생을 기뻐하라고 했기에 존나 기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끙끙거렸다. 


자주 가는 병원이 있다. 의사가 2명이 있는데 한명은 환자의 입장에서 약을 잘 처방해준다. 한명은 내가 원하는 의사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처방을 받긴 하는데 대충해준다. 


이번에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갔는데 내가 원하는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의사를 통해서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대충 보더니 대상포진 약을 처방해줄께요 하면서 대화는 끝났다. 잘 처방해주겠거니 믿고 약국에 갔는데 3알이있다. '항바이러스', '위장약', '스테로이드'. 


이렇게 처방을 받고 2틀을 버텼다. 대상포진의 물집은 온 몸으로 점점 번져가고 고통은 심화되었다. 약은 맞게 처방한 것 같은데 왜 더 아플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아내가 말한다. 나는 저번에 대상포진 걸렸을 때에 약이 더 많았고, 연고도 있었는데? 라고.....


무언가 잘못됨을 감지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병원에 갔다. 


이번에는 잘 해주는 의사가 있었다. 그 의사에게 말했다. 약은 처방받았지만 지금도 계속 아픕니다. 라고 내 몸을 보여줬다. 


"심하네요" 라는 말과 함께 약을 더 처방해줄테니 먹어보고 그래도 아프면 다시오라고 이야기 했다. 세심하게 고민하더니 약을 더 추가해줬다. 


'신경진통제', '피부 연고', '일반진통제', '알러지약' 이렇게 4개를 더 처방하면서 기존에 받은 약과 함께 복용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약을 먹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안아프다. 살것 같다. 2일간 쌩고생한 내 자신이 서러웠다. 대충 약3개만 처방한 의사도 미웠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각 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통해서 이 친절한 의사와 같은 역할을 감당해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교회의 모임과 예배와 기도는 이런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격려하며, 권면하며, 때론 꾸짖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정직한 국회의원, 믿을만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환자를 위한 의사, 정의와 공의를 지키는 검사와 판사, 공익을 위할 줄 아는 회사 등.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만들 수 있다. 교회에서만 성도처럼 생활하는 위선자를 양산하는 것을 멈추고, 각 사회에 성도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등떠미는 교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장로, 권사, 집사 보다는 아파트 관리금을 횡령하지 않고 정직하게 운영하는 동반장이, 동네 단합을 위해 애쓰는 조기축구 총무가, 차가 고장났을 때 눈탱이 맞지 않고 고칠 수 있는 카센터 사장님이 내 주위에 더 많으면 좋겠다.


새벽기도 했다고 피곤하다며 아침에 출근해서 일 대충하는 장로, 권사, 집사님들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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