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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떡씨 Jun 11. 2024

<말 걸지 말아줘요> 연재 시작

새벽 두 시입니다. 세 시간 후면 씻고 회사에 가 글을 써야 하지만, 아무리 잠을 청해봐도 잠이 오지 않네요. 말 그대로 청하는 것이어서, 잠이 오고 말고는 잠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부터 웹소설 <말 걸지 말아줘요>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연재하기 시작했지만, 제가 작성하고 있는 부분은 이야기의 결말에 거의 도달해 있어서 시작과 끝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말걸말은 제 평생의 아웃풋 중 가장 열심히 만든 것인데요. 실제로 읽어본다면 이게 한 인간의 가장 열심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망감을 안겨드릴 것이 예상되더라도 '가장 열심'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가장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아 그 정도로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어'라고 생각될 만큼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다지도 열심이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작가가 너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명함에 '작가'라고 써져 있다고 작가라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봐도, 앞구르기를 하고 뒷구르기를 하다 어질어질한 채 봐도 작가로 보이고 싶어서 부던히 열심히 썼습니다. 시행착오도 말도 못하게 많았습니다. 20화 정도를 다 삭제하고 새로 쓰기도 하고, 그 새로 쓴 원고도 한 화를 한 큐에 쓴 원고는 한두 개 뿐인 것 같습니다. 어떤 화는 여섯 번을 다시 쓰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 그 정도로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 년 정도 말걸말을 쓰면서 감정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요즘 어처구니 없이 작은 일에 울기도 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기도 합니다. 단순히 글쓰기 때문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글을 쓰다 마우스를 방음이 잘 안 되는 회사 벽에 던질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말걸말을 쓰면서 얻은 것 또 하나는 손톱을 뜯는 버릇입니다. 정확히는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와 껍질을 뜯는 것입니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아서 뜯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뜯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냥 24시간 뜯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손톱 옆의 살을 너무 뜯으면 손톱 모양에 변형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안 좋은 성격과 나쁜 습관을 글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년 동안 지인들과 가족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연락이 없어서 혹시 무슨 일이 있냐는 카톡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임신을 한 친구도 있고, 회사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던 친구도 있는데요. 그 친구들한테 연락도 제대로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제라도 낯짝을 디밀며 '잘지내니 히히' 하는 바보스러운 인사로 그간의 소홀함을 무마해 봐야겠습니다.


또 원래도 잘 안 하던 집안일을 더 안 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동생이 거의 모든 집안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불만스러운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글 쓰는 중간중간 커피 줄까, 계란후라이 하는데 너도 먹을래, 하고 물어볼 뿐이었습니다. 종종 '네가 집안일을 다 하는데 좆같지 않니?'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이때를 기다렸다, 하고 금전적 요구를 해올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다사다난함 속에 진행된 소설입니다. 나중에 말걸말을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될지 궁금합니다. 이때의 고생과 지나치게 예민하던 마음과 그래도 쓰고 싶어했던 욕심과 같이 지낸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을 아주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 돌아가서 처음부터 말걸말을 쓰라고 하면 정색을 하고 무슨 그런 심한 말을 하냐고 할 거라는 것입니다.


말걸말을 쓰는 동안 가장 많이 도와준 두 분이 있는데요. 그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지만 아마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글거리는 것에는 치를 떠는 두 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혹시 말걸말이 어떤 상이라도 수상했나, 이 글은 수상소감인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걸말은 어떤 것도 수상하지 않았고요, 이제 시작했을 뿐입니다. 남들은 심상하게 여기는 것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인데요. 말걸말에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소설이 제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의미는 지나고 나야 알게 되는 것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모픽] 말 걸지 말아줘요

https://mofic.page.link/wG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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