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깔짝깔짝

글의 소용

by 빵떡씨

대학내일 20’s voice에 기고해서 실렸다.(링크: https://univ20.com/77516) 요즘 기고하는 사람이 많이 없나 보다. 원고 보내달라고 매거진에 광고도 태웠던데. 이거 되면 원고료 10만 원 준다. 뭘 망설여 당장 기고하세요 다들 가난하잖아요.

2년 전에도 한 번 썼었다. 이렇게 잊혀질 때 즈음 한 번씩 써서 돈 타내야지. 근데 생각해 보니까 아직 원고료가 안 들어왔다. 돈 내놔 개학내일아.

제목만 보면 글에 대해 쓴 것 같지만 헤어지는 것에 대해 썼다. 밤 11시의 나와 새벽 두 시의 나와 새벽 여섯 시의 나의 힘을 빌렸다. 뭇 독자들이 자신의 이별을 회상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따봉을 우르르 누르게 하고 싶었지만 그건 잘 안 된 것 같다.

나는 연애나 이별을 주제로 글을 잘 쓰지 않는다. 일단 모르고, 또 못 쓴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드립이나 갈아 넣으면서 이빨 터는 글이나 쓰지. 물론 그 이빨도 잘 안 털리지만.


KakaoTalk_20171027_230240616.jpg?type=w773


나는 뭐든지 남보다 느리다. 사람 자체가 그냥 느린데,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뭔가 깨닫는 것도 느리다. 연애에 있어서 특히 더 그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요즘 와서 든다. 근데 억울한 게 나만 <좋은 연애를 위한 100가지 수칙> 같은 걸 못 배운 건지, 나만 연애에 진땀 빼는 것 같은 건 왤까. 연애를 잘 하고 있는 지인들을 보면 '아 연애 해서 좋겠다'가 아니라 '나는 뭔가 문제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은 좀 무섭다. 그런 무서움 끝에 써본 글이다.

연애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랬다. 나는 페북에서 고양이 영상을 보면 귀엽다, 귀엽다, 키우고 싶다 안달 복달을 하는데 사실 진짜 키울 마음은 없다. 왜냐면 고양이가 눈 앞에서 돌아다니고, 몇 분 안고 둥게둥게 하는 대가로 사료값과 병원비, 캣잎값, 간식값, 모래판값, 그 외 놀거리 비용을 내야 하고, 고양이 발에 묻어서 사방에 서걱거리는 모래를 치워야 하고, 시간 내서 목욕 시키고 발톱 깎아줘야 하고, 옷이랑 이불에 붙은 털도 돌돌이로 맨날 떼야 하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있으면 귀엽겠지! 행복하겠지! 삶의 질이 향상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저짓들을 기꺼이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연인에 대해서도 이 정도 건조하고 느슨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고양이는 키운 적 없지만 연애는 이미 해버렸다는 것.

내가 이미 만나버린 연인과, 헤어질 때 했던 실수가 자꾸 꿈에 나온다. 인간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지만, 특히나 완벽과 거리가 멀었던 때의 내가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게 슬프다. 요즘 그냥 그런 심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밤의 방충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