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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Oct 10. 2017

경영학의 위기와 학문의 융합

해외의 명문MBA과정은 대부분 공동학위(Joint Degree/Dual Degree)제를 운영한다. 융합학문의 개념까지 가지 않더라도 모든 분야에는 비즈니스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MBA는 정책대학원과 정책학석사(MPA/MPP+MBA)과정을 운영하고 의학대학원과 의학박사(MD)+MBA등을 운영한다. 로스쿨(JD)+MBA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운영한다. 전문대학원외에도 공학대학과 함께 공학석사(MS)+MBA과정도 있고 일반대학원 박사(Ph.D)+MBA 과정도 있다. 비슷한 과정들이 하버드뿐 아니라 스탠포드, MIT, 예일 등등 명문대학엔 모두 필수적으로 있다.


경영대학원뿐 아니라 다른 전문대학원들도 공동학위제를 많이 운영한다. 위에서 언급한 하버드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은 비즈니스스쿨/로스쿨과 공동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교육대학원도 경영대학원과 함께 Education Policy and Management같은 과정을 운영하고, 펜실베니아대학(UPenn)은 나아가 Education Entrepreneurship같은 진보적인 커리큘럼도 함께 개발했다.  


이에 반해 국내 경영대학의 공동학위제는 대부분 경영학의 추가 학위를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 MBA는 예일대, 듀크대, 북경대등과 협정은 맺었으나 MAM, MMS와 같은 경영석사(Mater's Degree) 학위를 부여하고(MBA는 '경영전문석사'로 불린다), 고려대학교의 S3Asia MBA의 경우 아시아3개 경영대학(고려대, 푸단대, 싱가폴국립대)들 돌며 2개의 MBA를 따는 과정이다. KAIST역시 MBA과 함께 경영석사(MSc)를 같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전문석사(MBA)+경영학석사(MA/MSc)를 같이 주는 것이 표준이 되었다.

많은 학교들의 사례를 보았지만 국내 대학이 유독 이러한 경향이 많다. 융합적 사고보다는 특정분야에 Specialized된 Academic career를 중시하는 문화로도 볼 수 있겠지만, Dual Degree라는 것 자체를 One more degree paper로 보기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일전에 병원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개인병원 원장들은 의료만 알지 병원이란 조직의 '경영'은 다들 초보라 그런 과정이 있으면 정말 다 들으러 올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나는 미국의 MD/MBA 과정을 설명하며 그 커리큘럼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해도 되지 않겠느냐.. 의전원과 경영대학원이 공동으로 개발하면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했지만 실제로 찾아보니 그렇게 하는 사례를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왜 그런지.


행정적인 문제도 있겠고 정치적인 문제도 있겠고 문화적인 문제도 있겠다. 그런데 나의 직업의 관점에서 보았을때, 양쪽을 모두 알고 공동의 커리큘럼을 기획할 수 있는 교육기획전문가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히 두 학문의 커리큘럼을 2/3씩 섞어 놓는다고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의학과 경영학의 결합에다가 교육학과 행정학까지 결합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이렇게 변하고 있으니 교육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 의료인 중에서 MBA를 밟으신 분들도 많이 있고 위에서 언급한 MD+MBA 과정을 밟고 오신 분들도 적잖히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을 중심으로 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


예술학과 경영학이 합쳐져서 예술경영학이 만들어진 것처럼 건축대학원에도, 물류대학원에도, 교육대학원에도, 의전원에도, 로스쿨에도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Ph.D가 학문적인 발전을 목표로 한다면 전문학위는 실제 현장에서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인데, 필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의 전문가들이 대학교수들 보고 늘 비판하는 것도 현장을 모른다는 것 아닌가.


오늘날 경영학이 왜 위기이고 경영대학원들은 왜 미달사태를 불러오고 있는가. 취업시장에서 경영학이 무미건조한 학문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종 학문과의 융합이 더욱 더 절실하다. 이건 대학원의 학과장이나 대학의 총장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커리큘럼으로 교육학 박사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부가 예산을 쏟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업자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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