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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Feb 15. 2016

프라하에서 느낀 마케팅 이야기

     내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여행할 때의 이야기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프라하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그 크고 웅대한 찰스 브릿지가 아닐까 한다. 매우 크고 넓고 긴 그 다리의 양 옆으로 웅장한 조각들이 서있고 그 뒤로 그림 같은 전경이 펼쳐져 있어서 프라하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그곳을 건널 때 -다른 유명한 관광지도 그러하듯- 그 다리 위에는 총 4개의 거리의 연주자 밴드들이 있었다. 양 끝에 하나씩 있고 가운데 두개가 있는 모양이었다. 분명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편성으로 연주를 하는데 어느 팀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어느 팀 주변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팁 박스에도 돈이 넘치게 들어있었다. 나는 흥미로워서 그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 4팀이 어떻게 다른가를 관찰했다.     


 우선 가장 인기 없는 팀은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은 뜨거울지 모르나 난해하고 기교적인 재즈음악이었다. 그 다음으로 사람이 있던 밴드는 좀 알려진 재즈 스탠다드를 연주하는 퀄텟이었다. 모르는 곡도 있었지만 유명한 곡들을 주로 연주하여 익숙한 곡이 들릴 때면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듣곤 했다.     


 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붐비는 밴드는 유명한 팝 넘버를 관객들과 같이 부르는 팀이었다. 예를 들어 "My Way"나 "What a wonderful world"같은 곡을 연주하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도 모두 그 노래를 알고 추억에 잠기곤 했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타지에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밴드의 특징은 여행객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이 가장 좋아할 곡을 찾아서 연주해주는 팀이었다. 예를 들면, 깃발든 멕시코 관광그룹이 지나갈 때는 "Cielito Lindo"나 "베싸메무초" 같은 곡을 연주해주고, 이태리 관광객들이 지나갈 때는 "오 솔레 미오" 같은 곡을 연주해주는 식이었다. 다리를 지나가다 자신의 국가 노래가 나오자 다들 따라 부르고 춤도 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팀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광객들은 고맙다고 연신 인사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돈도 챙겨주고 그런다. 내가 흘깃 보니 이 팀은 거의 전 세계 국가의 애창곡들을 모두 레파토리로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사실 내 주변의 뮤지션들과 이런 대화를 하면 부딪힐 때가 더러 있다.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고집을 꺾고 상업적으로만 가라고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길을 선택했다면 경제적 욕심은 버려야만 한다. 둘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면서 언젠간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와서 큰 성공을 하기를 꿈꾸고 있다. 아마도 내가 찰스 브릿지에서 본 첫 번째 밴드도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을 런지 모른다.     


 비록 이 이야기에는 뮤지션을 소재로 했지만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역으로 자신만의 철학만 고집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처럼 큰 성공을 거둔 회사에 익숙한 우리는 그 많은 실패사례들에 대해선 잘 알려하지 않는다. 예술을 비즈니스의 잣대로 평가할 순 없지만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니즈를 찾아 제공해준 마지막 밴드가 가장 큰 성공을 이루고 있다는 상황은 생각해 볼 만 하다. 비즈니스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것.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발굴해서 만족시켜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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