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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Mar 14. 2018

나는 왜 철학을 공부 하는가

철학학교 혜윰 1주차 과제

나는 왜 철학을 공부 하는가

- 최효석



나는 왜 철학을 공부 하는가


 나는 사실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학부 시절 막연히 사유하는 것이 좋아서 문과가 아니었음에도 제법 많은 철학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그 내용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성적 증명서를 떼보면 전공과목보다도 철학과목의 성적이 높은 걸로 보아 당시에는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철학을 배운 적도 없고 소질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철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십대시절 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책을 좋아하긴 하였으나 제도권 교육에 염증을 느낀 사춘기 학생이었다.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널리 사용되지 않던 시절이라 학업에 관심 없는 학생이었던 나의 교내에서의 주요 시간은 그저 생각하는 것 뿐 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사색의 힘’이 오늘날의 나를 만든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본다.

 

학생시절 나는 다른 또래들에 비해 조숙했었다. 그래서 주입식 제도권 교육에도 일찍 싫증을 내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이 많았다.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 사회를 변혁하고 싶었고, 아직은 그럴 힘을 갖추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나약하게만 느끼던 시절이었다. 특히나 몸이 허약했던 나는 여러 사상가들의 책을 읽으며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일에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체적인 능력보다는 생각하는 능력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비록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수불석권의 자세로 늘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근 20년을 매년 백 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허약했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었고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탈출구도 그것이기 때문이었다.


 성인이 된 뒤에 나는 ‘생각하는 법’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것을 알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철학과목을 신청했다. 졸업 때까지 철학과목만 15학점 이상 들었으니 당시엔 없었지만 요즘 같아서는 조금 더 신경 쓰면 부전공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힘’에 대한 갈증이 나를 철학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나는 늘 철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지향했다. 여전히 ‘생각은 가장 위대한 힘’이라고 생각하고 말과 글로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능력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20대 후반 정도엔 철학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을 가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학원 학비다 생각하며 그 돈만큼 꾸준히 책을 사서 읽으며 지금 여기까지 왔다.

 나는 여전히 철학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평생을 철학에 대한 갈증을 갖고 다른 사람들 보다 비교적 많은 독서를 하며 살아왔다. 어느 정도 기초체력은 갖추어 놓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철학학교 혜움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 대안대학의 형태로 드디어 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나는 주저 없이 신청하고 한 학기 도서를 모두 주문했다. 아직 철학을 공부하고 난 이후의 계획을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적어도 내 삶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지적으로 여유가 있고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까지 생각의 지경이 넓혀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2년간의 긴 여정이 기대된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철학적으로 생각하기의 궁극적 목표는 글을 쓰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생각하기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만 말과 글은 그것을 통해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의 지경이 넓혀져서 나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나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적당히 쓸 만한 공간이 없어서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다 보니 팔로어도 만 명이 넘고, 작정하고 쓴 글은 웬만한 미디어 사이트보다도 많이 읽혀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때때로 사람들은 나를 소셜미디어의 오피니언 리더나 퍼스널브랜딩의 성공사례로 말하기도 한다. 글쓰기의 실력을 차치하고 만약 내가 글 쓰는 것을 사랑하지 않다면 과연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 당연히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글을 쓰며 내면을 정화하고, 글을 통해 스스로와 소통하는 경험을 지속해왔기에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글쓰기가 직업의 한 부분이 된 지금도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로서 글 쓰는 것을 이어간다.

 두 번째 이유는 위에서 밝힌 대로 이제는 글 쓰는 것이 내 업무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다. 앞에서 말 한대로 언(言)과 행(行)은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 내가 학생들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말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글로 남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하기와 말하기만큼이나 글쓰기도 중요하다.


 아이러니 하지만 나는 글쓰기 정규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글쓰기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공보고서나 기획서 작성법 쪽에서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쓰기 학위나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한편으론 기회다. 그런 경험 없이도 지금의 자리까지 왔는데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번 교육을 마친 뒤 내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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