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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Aug 30. 2018

새벽 넋두리

2018. 08. 30 03:17

난 새벽만 되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옳은 것인지 늘 생각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고민한다.

이런 생각에 잠을 설친다는 것 자체가 나의 현재에 스스로 불만족하다는 뜻 일게다.


사업이 당연히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은 이제 스스로 알고 인정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늘 강의에서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인데도 정작 나 스스로는 지키지 못하고 있음에 괴롭다.


내가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볼 때 주변의 반응은 이러하다.

- 사업은 좋은 소리 듣는 경우보다 안좋은 소리 듣는 경우가 더 많다.

- 강의는 좋은 소리와 안좋은 소리 듣는 경우가 비슷하다.

- 글을 쓸 때는 거의 다 찬사를 보낸다.


이것만 놓고 보았을 때는 난 글쓰는 작가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로는 돈을 벌기 어렵고 당면한 막대한 부채를 갚을 길도 요원하므로 강의도 포기할 순 없을것이다. 사실 교육산업과 출판산업은 완전히 통합된 하나의 산업이기도 하니.

그렇다면 내가 가장 좋은 평도 듣지 못하고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는 사업 운영을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늘 한다. 무엇보다도 사업을 지속한다고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사업이 잘 된다면 좋은 점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인데, 그것도 개인사업자일때나 가능하지 법인사업자로 현금부자가 되기는 정말 상장기업 수준의 회사가 되지 않고는 어렵다. 만약 상장기업의 등기임원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



요 최근 꽤 오랫동안 내 스트레스의 원인을 한번 생각해봤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물론 첫번째는 돈이 쪼달려서 이지만

돈 문제를 제외한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일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일에서 행복해"라는 정신승리는 마취제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먼저 분석해야 한다.

10대때 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지각인생의 댓가로 30대 중반을 넘겨서 이제야 이 고민을 한다.


* 잘 하는 것 / 좋아하는 것

 - 지식의 습득이 빠르다. 암기는 못하지만 Learning Curve는 매우 높은 편이다. 공부는 늘 잘했다.

 -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상대방에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타고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처음 봐도 감탄을 한다.

 - 답이 있는 문제보다는 답이 여럿이거나 없는 unstructured question 을 푸는 것을 좋아한다

 - 창조적인 일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예술을 좋아한다.

 - 독서를 좋아하고 독서량이 많다. 사회과학 분야는 왠만한 분야는 거의 다 학부생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다.

 - 리더십이 있다. 조직활동을 싫어하는데도 신기하게도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속했던 모든 조직에서 리더를 맡았다. 책임감이 높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 못하는 것 / 싫어하는 것

 -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마음건강이 약하다. 역치가 낮다는 평가도 듣는다. 그래서 끈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그래서 조직생활이나 외주업무는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 내향적이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업능력이 좋다는 평가는 많이 듣는데 다 연기다.

 - 이과적 지식이 거의 전무에 가깝다. 수포자에 과학이나 공학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호기심은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이후 교양서만 읽었지 개론서도 읽어본 적 없다.

 - 게으르다. 사람들은 절대 공감 못하는데 난 정말 천성이 게으른 타입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위 프로필의 학생을 멘토링 했다면, 내가 내린 결론은 "내담자님은 전형적인 예술가 타입으로 보입니다. 창의적 재능을 필요로 하는 예술계나 지식서비스업은 어떨까요? 작가, 화가, 프리랜서 기획자 등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라고 할 듯. 


이 글을 쓰면서, 셀프 코칭과 비슷하게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사업을 포기하진 못하겠지만, 업무량을 좀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쓰는 것이 워라밸이나 마음건강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작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로만 돈을 벌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글은 국내에선 시장 사이즈 때문에 돈을 충분히 벌 수 없다. 외국에 나갈 기반은 안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해보고 싶기는 한데 기술이 없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할 역량은 안된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그러하듯, 정기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수익원은 강연으로 유지하며 그럭저럭 사는 건 괜찮을 것 같다. 강연시장은 내가 잘 아니까 그래도 굶지는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으로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조의 고정수입은 확보하고 비정기적으로 하는 창작활동이 가끔 터져서 목돈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뭐 이런 계획은 모든 예술대학 졸업생들이 꿈꾸는 삶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연봉 1억을 목표로 했으면 강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작년에도 그 이상의 매출은 올렸다. 그러나 애초에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수십억, 수백억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을 계속하다보니 나 스스로 나의 사업능력을 너무 과신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점점 하고 있다.


사실 사업을 잘 하려면 좀 뻔뻔함도 있어야 한다. 포장도 잘 해야하고, 범법의 수위에 도달하기 직전 수준까지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착한기업이면 성공할 것이라는 신화는 수백개의 회사들을 컨설팅하면서 안믿은지 오래되었다.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돈'에만 집중해야 되더라. 그런데 난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 자체가 나약함의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이 나이가 되도록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겠다.


사실 이 글을 쓴 목적은 그냥 답답해서, 글을 쓰다보면 테라피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실제로 쓰다보니 생각도 정리되고 좋았다.

이제는 광고판이 되어버린 페이스북에 좋아요 많이 올라갈 글들 적는 것도 지겹다.

앞으로는 브런치에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남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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