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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Nov 13. 2018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간단히 짚어보겠다.


아마 창업 기관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차별화, 도전, 혁신 이런 것들을 주문할 것이다. 문제는 정작 기관들은 절대 그렇게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계 그 자체도 혁신 모델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모델 같은 것 말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예산 퍼주기 사업만 한 지난 수 년의 결과로 어떤 유니콘 기업들이 나왔는가? 다른 나라에서도 "너희 나라는 정부에서 돈을 많이 주잖아"라고 말할 정도로 범람하는 지원사업을 받은 스타트업 중에 글로벌 엑싯 사례는 얼마나 나왔는가. 국내 시장 나눠먹기가 아닌 글로벌로 disrupt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 있는가? ROI로 보았을때 지금 우리 나라의 창업생태계 성적표는 실패다.  

사업비 집행 행정 기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게 되어버린 창업보육기관들이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가. 똑같은 기획, 똑같은 행사, 똑같은 내용으로 사진만 그럴듯하게 찍히는 행사들 하느라 주구장창 돈만 써대는 이 생태계는 결코 스타트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에꼴24가 뜬다고 하면 우루루 그걸 벤치마킹 하러 다니고, 미네르바 스쿨이 뜬다고 하니 또 우루루 한국의 K 모델을 만들겠다고 하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철학이 없어서다.
우리가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창업을 해본적도 없는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 퇴직 임원들이 청년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겠는가.


그러니 창업 교육도 정부지원금을 따먹기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법이 절반을 차지하고, 해외에서 본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해서 하는 스타트업들만 범람한다. 창업에서 기업가정신이 결여되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자유치가 사업의 목표이자 종착점이 된 청년 창업가들. 이건 시작부터 단추가 잘 못 끼워진거다.


엑셀러레이터라는 회사들은 행사 대행사로 전락했다. 기관에서 나오는 예산 받아서 교육행사나 의전행사비로 돈을 벌지 스스로 자생하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보육시설이라는 곳은 스타트업의 이름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간운영기관이란 이름으로 하도급 과정을 거치며 남는 돈을 갈라 먹는 생태계는 건설업계와 전혀 다르지 않다. 미들맨들을 위한 산업이다. 스타트업의 이름으로 곁가지 사업들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지금까지 투자된 정부 창업 예산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다.



1. 정부는 지원만 하고 운영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2. 운영기관들의 모든 평가지표를 바꿔야 한다. 그걸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3. 중복된 사업을 하는 기관들은 통폐합하고, 전시성 보여주기식 행사는 모두 없애야 한다. 이게 진짜 적폐다.


4. 정부는 생태계에 개입하려 하지 말고, 민간이 자생하는 생태계를 만들도록 서포트만 해야 한다.

5. 창업 정책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

6. 그러나 더 많은 종류의 플레이어들이 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된 플랫폼은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창업 정책은 학계의 연구를 토대로 실무의 전문가가 운영하는 모델로 되어야 한다. 미국은 거의 모두 학자나 실무 전문가가 정책을 짠다. 아니면 공무원이 실무를 배우러 다닌다.

8. 전문가 육성이 절실하다. 차라리 예산으로 Stanford, MIT, Harvard, Babson 같은 창업 명문 대학원에 유학을 보내는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무관들 해외유학 보내듯 일년에 10명씩만 유학이나 연수 보내서 인력으로 양성하면 전문가들 훨씬 더 생길거다.


9. 센터장 같은 행정가나 정책가는 정치력 있고 이력만 그럴듯한 사람들 내려보내는 일을 정말 그만두어야 한다. 차라리 선출직을 하던지 오디션 형태로 뽑던지 아니면 엑싯금액+총매출+투자포트폴리오수익률 믹스한 KPI로 정량평가 하던지 해야한다.

10. 정부와 대기업은 스타트업 도와주겠다는 말로 지분 뺏어가지 말고 정말 돕고 싶으면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줘라. 그게 가장 큰 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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