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네르바스쿨을 만들겠다는 곳을 올해만 세 군데를 만났다. 작년엔 다섯군데쯤 봤다. (3년전쯤엔 한국의 디스쿨, 5년전쯤엔 한국의 미디어랩을 만들겠다는 곳들이었다)
사견으로는 미네르바스쿨은 알트스쿨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신기해보이겠지만, 교육적으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모델이다. 미래 교육은 Digital transformation 없이는 안되겠지만, 또 그것만으로도 안되는 복잡한 문제다. 제러미러프킨은 10년전 미래의 모든 대학 교육은 MOOC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지만, 십년이 되기도 전에 MOOC는 실패한 모델이라는 의견이 주류가 됐다. 지금 대학교육의 몰락은 혁신의 문제지 DT가 안되서가 아니다. 이걸 알아야 하는데 다들 원인과 해결책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
교육이 아닌 사업자들이 만든 교육기관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래서 캠퍼스를 없애고 상근 교수들을 없애서 고정비를 낮추고 알고리즘에 의해 스스로 학습을 하게 한다. 자동화를 통해 맞춤화도 가능하지만 비용을 줄이는게 관건이다. 교육은 때때로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일'로 종종 비유된다. 붓는 물이 흘러나가도 그걸 통해 콩이 자라나는 것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새나가는 물이 있어도 계속 부어주어야 한다. 그게 교육이다. 그런데 투자는 회수를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워야만 유지될 수 있다. 이게 근본적인 차이다.
그런데 Customization만 제외하면, 교육은 투자를 할 수록 그에 비례해서 효과가 많이 난다. 학생대 교사의 비율, 충분한 현장 프로젝트, Eye-contact을 통한 프로젝트 베이스의 학습, 현장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기구들 이런 것은 on-site learning이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다. 입문레벨이나 암기식 교육, 문제풀이식 교육은 온라인이 유리하지만 그 다음 응용단계에서는 적절치 않은 방법이다. 온라인 토론도 오프라인의 대안이지,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을 제외하곤 절대 성과차원에선 유리하지 않다.
해외의 EdTech는 물론이고 국내 교육 스타트업의 메인 플레이어들도 교육 출신이 아니라 사업 출신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어쩌면 전통적 형태의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느리거나 스마트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 고생만 하고 돈도 못버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북유럽 교육 시스템은 신봉하는 기이한 현상.
효율성과 효과성은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보완재가 되어야 한다. 공적인 성격도 있기에 ROI보다도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도 중요하다. 그런데 교육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다. 되려 국내의 교육 비즈니스는 고가 정책을 펴면서 양극화만 강화하고 업체의 이윤만 극대화 시킨다. 뭔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사업이다.
전통적 교사들이 시대흐름을 몰라서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 학습자들 모아놓고 매일 고군분투 하는게 아니다. 그들이 돈도 안되는 일을 가지고 매일 연구하는 이유도 당연히 돈 때문이 아니다.
내가 볼 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하려는게 문제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 사업을 배우는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