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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Aug 16. 2019

프로페셔널의 조건

서른살 전후로 취미로 밴드를 한 적이 있었다. 커뮤니티에 모집글을 올리고 어렵지 않게 5명의 팀이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다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프로 혹은 준프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같이 합주도 하고 공연도 하고 원만히 잘 지냈지만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고 팀이 깨진 이유는 단지 내가 실력이 가장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일에 맞닿아 있는 상황과 태도였다.  


취미밴드나 스터디밴드라도 그들에게 음악은 삶이자 생계였다. 그에 반해 나는 퇴근 후 시간을 내어 취미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 실력을 떠나 이것은 극복할 수 없는 차이였다. 설령 만약 내가 그들을 리드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건 같이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즉 프로와 아마추어를 결정짓는 것은 실력이 아니다. 그 일에 대한 책임, 그리고 삶에서의 목적, 태도 이런 것들이 그 일과 그 사람을 규정한다.


이걸 배우고 난 뒤, 나는 어떤 일을 하던지 어떤 실력을 가졌던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모든 직업인들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자신의 삶을 바쳐서 무엇인가 가치를 만드는 것 말이다. 실력이야 꾸준히 하면 늘게 되는 거고 돈이야 열심히 하다보면 점점 벌지 않겠는가. 하지만 일에 대한 태도는 내가 이 일에 대해 삶을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실력을 가졌던지, 그 일에 뛰어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은 존경받아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더 손쉽게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한 사람의 직업인을 평가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다른 누군가의 일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단지 수입과 실력과 배경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프로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일을 마주보는 그 사람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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