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 친했던 동기 형이랑 놀다가 악기를 하나 배워보면 어떨까라는 대화를 했다. 학교에 늦게 들어온 그 형은 이 나이에 뭘 배우냐고 했고 난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와서 보면 고작 19살, 22살때의 일이다. 서른살이 되었을때 나는 잘하지는 못해도 왠만한 악기들은 다 다뤄보았고 그 형은 마흔이 넘은 지금도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60대가 되서는 지금 40대의 나이도 젊게 느끼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컨설팅 회사를 했을때와 기업교육회사를 차렸을 때 모든 사람들이 대기업 출신도, 컨설팅펌 출신도, 명문대 출신도 아닌 사람이 기업체에 무슨 교육을 어떻게 하냐고 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서른이 넘은 그 나이에 취업을 할수도, 대학에 다시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내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그런 곳 출신의 사람들보다 다른 부분에서 몇배나 더 노력했다. 내 이력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경력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
기업교육을 하면서 기업에 다녀보지 않은건 사실 치명적인 약점이긴 하다. 그렇다고 회사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나, 창업 교육을 하면서 창업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꼭 교육의 경험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강의를 하면서도 3번의 스타트업 창업을 해봤다. 모두 크게 실패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스타트업들에게 어떻게 하면 실패를 피할 수 있을지는 말해줄 수 있게 됐다.
나는 늘 '기획자는 기획의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무조건 기획을 많이 해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내가 기획의 결과물이 없다면 그건 직업 윤리상 맞지 않는, 내 진정성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그래서 수많은 프로젝트들과 이벤트들을 만들어 진행했다. 사람들은 이것저것 집중을 못한다느니 제대로된 결과물이 없다느니 많은 말들을 했다. 지금은 그 기획의 경험들이 내 지식의 원천인 것은 물론이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그 자체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내게 안정된 사업모델, 특정분야에의 전문가, 선택과 집중, 박사과정 진학, 큰 조직에서의 경험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내 본능이 이끄는대로 내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개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도전' 이라는 키워드 하나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되든 안되는 무수한 도전을 하고 또 무수한 실패를 해본 것이 이제와 공부를 해보니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도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무수한 실패를 해볼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성공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