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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an 02. 2020

2035년 4월 7일 헤드라인

2035년 4월 7일 오늘의 아홉 시 뉴스 시작합니다.


오늘 헤드라인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세바스천 리 기자를 연결하겠습니다. 세바스천 기자?


- 네 세바스천입니다. 지금 보시다시피 제 뒤로 보이는 언덕 위에 여러 명의 소년들이 뛰어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공터에서 뛰어노는 소년들이 갑자기 바지와 속옷까지 내린 뒤 성기를 꺼내며 놀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이런 소년들이 보이던 조짐은 보였는데요. 저 소년들은 하의를 벗고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요?


- 네, 놀랍게도 바지를 내리고선 소변을 보고 있습니다. 한 번에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마치 물총 놀이를 하는 것 처럼 소변을 보다가 또 뛰어가고 다시 바지춤을 내리고 소변을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마치 길을 가면서 오줌을 싸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10대 소년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저런 행동을 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 사실 약 십여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앵커님과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던 2000년대 후반에 갑자기 '넛지'라는 책이 유행하더니 거기에 있는 유명한 행동 경제학 사례라고 하며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넣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파리 그림 스티커를 하나 붙이는 것만으로도 소변을 보면서 조준을 하게 되어 난사할 때보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양이 줄어든다는 이유였지요.


네 저도 기억납니다. 사실 지금은 모든 소변기에 파리가 인쇄되어 나와서 요즘 세대들은 소변기엔 왜 파리가 붙어서 나오는 지도 모르는 채 태어난 세대지요. 마치 저희 세대가 컴퓨터에 있는 저장버튼이 아버지 세대에 쓰였던 3.5인치 플로피디스크란 저장매체의 이미지라는걸 모르고 자라왔던 것 처럼 말이지요.


- 그렇습니다. 지난 30년간 극심한 도시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는데요, 그래서 저희 밀레니얼 세대가 아마 거주지 근처에서 '공터'를 본 마지막 세대로 기록되고 있고, 2020년대생 이후로는 사실상 장거리 휴가를 제외하고는 흙이라고는 거의 보지 못하고 산 세대입니다. 이런 세대들이 드물게 있는 공터와 그곳에 있는 파리를 보면 조건 반사적으로 소변을 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아, 그렇군요. 일종의 조건반사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그렇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파리는 고래나 기린처럼 인터넷으로만 보고 실제로 볼 기회가 없는 곤충이지요. 파리뿐 아니라 곤충이란 것 자체가 곤충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지요.

그런 상태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파리를 보며 조준하며 소변 연습을 하였던 것이 뇌에 학습되어, 이제는 파리를 실제로 보게 되면 소변을 보도록 행동이 변했다는 것이 하버드 대학교 윌리엄 최 박사 연구팀의 최신 발표 논문의 내용입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지금 석양이 지고 있는데요, 붉은 노을 아래에 여러 명의 소년들이 어쩌면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실물을 본 파리들을 쫓아다니며 소변을 뿌리는 모습이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들이 만든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특별 헤드라인 뉴스 취재해준 세바스천 기자,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2020.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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