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비즈니스 스쿨의 마케팅전공 대학원과정은 크게 통계학 베이스와 심리학 베이스의 두 개의 트랙으로 나뉜다. 전자는 마케팅 활동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론을 배우고 후자는 소비자 행동을 심리학으로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한국의 경영학 이론은 대부분 미국식 모델에서 차용하였는데 그래서 우리나라의 마케팅 연구도 통계학 혹은 심리학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예술이다. 내가 그 학교의 학장이라면 모든 과정에 예술을 집어 넣을 것이다. (사실 비즈니스 스쿨뿐 아니라 모든 전공을 이해하는데에 예술은 필요하다)
비즈니스는 Art와 Science의 결합이다. 통계학, 심리학, 경영학, 경제학 모두는 Social Science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Scientific한 것보다 Artistic한 영역에서 한계에 부딛히는 경우가 더욱 많다. 왜냐하면 비즈니스는 특히나 창의력(Creativity)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Science는 기존의 현상을 분석하지만, 미지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은 Art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마케팅과 경영전략 전공은 미술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조직관리학, 재무/회계 전공은 음악이 필요하다.
미술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기술이다. 철학적인 의미 말고서 실무에 있어서도 디자인을 빼고 현대 경영을 설명할 수 없다. 최근 가장 핫한 창조학교인 스탠포드 D.School의 코스를 Design School에서 제공하고, 설립자가 세계적인 디자인기업 IDEO 대표인 것도 같은 의미다. 애플이 소비자 경험(UX)에서 디자인에 얼마나 집착한 지를 봐도 단순히 디자인이 미학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순수회화나 조각을 제외하고, '디자인'은 그 자체가 경영활동의 다른 말이기도 하지만 이를 정규과정으로 가르치는 비즈니스 스쿨은 거의 없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미술이 창조의 상징이라면 음악은 조화(Harmony)의 상징이다. 경영활동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무수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해하는데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조직활동을 흔히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고 CEO를 지휘자에 비교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오케스트라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직활동은 때론 듀오로 때론 트리오로, 퀄텟, 퀸텟으로 편곡되는 수많은 변주들의 향연이다. 전체 소리의 Blending을 연습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량이자 연주자의 기술이다. 이런 것은 음악이나 체육이 가장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의견은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를 통해 인간중심의 사고(Humanism)를 경영 깊숙한 곳으로 끌어 당겼다면, '창의'와 '소통'이 화두가 된 요즘의 경영 환경에서는 예술의 역할이 보다 커졌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비즈니스 스쿨과 기업에서는 필수적으로 예술을 공부해야 한다. 조직의 리더도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 맡으면 편파적이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