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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n 08. 2020

명상 같은 삶, 여행 같은 삶.

결국은 내 마음에 달린 것.

명상을 할 때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빳사나 명상처럼 일주일 내내 면벽수행하듯 앉아서 생각만 하는 것은 나도 자신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요가 명상을 좋아하기도 한다. 원리는 다르지 않다. 전자가 외부의 잡념을 없애기 위해 다른 행동들을 다 제한하고 생각에만 집중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서 다른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수면 명상이라는 것도 있다. 잠이 오기는 하지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편하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걷기 명상을 선호한다. 명상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그 방법을 제대로 배웠거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아침 산책하면서 공원에 내가 좋아하는 장소 근처를 지나갈때면 상념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아마 내가 모르는 명상의 방법들은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내가 자주 생각하는 고민인 '수단이냐 목적이냐'의 문제이기도 할텐데, 명상의 방법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보조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결국은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음을 차단하는 모든 기법을 명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저는 직장인이라 시간을 많이 낼 수가 없습니다. 저도 세계 일주 한 번 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지금 경력도 포기하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도 다 포기하고 무작정 무책임하게 떠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 여행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던 질문 중에 하나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위의 명상에 대한 생각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세계 일주 또는 장기 여행이라고 하면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걸어버린다. 무조건 많은 국가를 다녀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무조건 긴 시간을 이어서 여행해야 한다는 생각. 그 고정 관념을 벗어내는 것에서부터 마음의 여행은 시작된다.


저 질문에 내가 드렸던 답변 중 가장 많은 이야기는 세계 여행을 장기 여행이라 생각하시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 번에 길게 가야만 여행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정말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휴가를 모아 일년에 2주 정도 시간은 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 무리 말고 3~4개국 정도를 다녀오시라. 그건 그냥 해외 여행 휴가 아닌가요? 그렇게 10년을 반복하면 30~40개국을 여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반복의 힘, 습관의 힘이다. 유럽의 여행자들은 산티아고길도 루트를 쪼개서 방학마다 조금씩 걸으며 몇 년에 걸쳐 완주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무조건 일단 퇴사하고 비장하게 출사표 하나 쓰고 가진 돈 탕진하며 가난하게 고생을 해야 세계 일주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고정 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여행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질문에는 저렇게 답변을 했지만 사실 내가 진정 생각하는 정답은 바로 이거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의 한계도 뛰어 넘는 거다. 우리가 왜 해외로 나가는가. 그것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느낌을 얻기 위해서다.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느낌을 내 주변에서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여행과도 같은 삶이 될 것이다. 즉, 내 인생 자체가 "여행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괜히 거창한 여행 스토리를 만들 필요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 필요도, 어색하게 연출된 사진과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릴 필요도 없게 된다. 내가 온전히 내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삶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곧 명상이 되고, 내가 디딛고 있는 자리가 여행지가 된다.


해외에서는 밝고 붙임성도 좋던 사람이 인천공항만 들어오면 다시 표정이 바뀌고 방어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우리를 그렇게 바꾸는 것은 환경인가 마음인가. 스스로가 한국을 여행지라 여기지 않고 일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여행지에서 새로 사귄 친구처럼 대한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더 여행 같지 않을까.


하루 하루가 지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삶을 여행으로 바꾸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이 명상이 되는 것 처럼, 내 주변의 사람과 장소를 낯설게 할 수 있다면 모든 곳이 여행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여행지에서 새로 사귄 친구처럼만 대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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