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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Apr 30. 2021

성과 평가와 보상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엄밀하게는 평가와 함께 그에 따른 보상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평가와 보상이 공정하다는 직장인을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MZ세대들에게 '공정'이란 화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면 이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주제다.


그래서 회사는 그런 오해가 없도록 평가체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만드려는 시도를 한다. KPI를 수십개씩 만드는 일도 허다하고, 각각의 KPI마다 측정 방법도 복잡한 수식을 활용해서 직무명세서를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불만 요소에 대한 경우의 수를 다 집어넣겠다는 요량처럼 보인다. 어떤 불만도 매뉴얼안에 내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공무원적인 사고방식이다.


자, 이렇게 수십개의 평가방법을 만들어 놓으면 평가가 공정해지는가? 나는 그런 조직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리고 경험상 봤을때 평가 방식이 복잡한 조직일수록 평가 결과에 대해 불만족도가 높았다. 왜 그런지를 한번 생각해보자.


평가 요소가 많다는 것은 사실 꼼꼼하다기보다는 믿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을 찬양하기전에 평가요소들을 없애보는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줄여보면 어떨까. 글로벌 기업들의 성과평가는 매니저의 재량에 맞춰서 핵심적인 요소만 체크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관리자와 피평가가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신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꾸만 평가 지표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가지표를 더 많이 만드는 것과 구성원간 신뢰도를 높이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 평가요소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신뢰도를 만든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KPI의 I는 Indicator를 말한다. Index가 아니다. Indicator는 자동차의 계기판같은 지표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평균시속이 목표인 운전을 하지 않는다. 단지 현재의 속도가 얼마인지 보기위해 계기판을 본다. KPI가 그런 역할이다. 최종지표가 아니라 경영 현황에 대한 계기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측정은 하되, 평가는 다른 관점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HR컨설턴트들에게 맡겨서 지표를 어떻게 하면 더 정교하고 복잡하게(정확하게는 "말 안나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같은 비용으로 조직 구성원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조직문화개선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전략이다.


'평가 받는다'는 것으로 동기부여 받는 직장인은 아무도 없다. 마치 채찍질하면 말이 뛰어가는, 그야말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급의 원시적 형태의 동기부여다. 스스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것, 서로 믿고 공동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협력해 주는 것.


범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마을이 있다면 그곳에 경찰은 필요 없을 것이다. 부정한 행위가 하나도 없는 조직이라면 감사부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완전히 상호신뢰하는 조직이 있다면 '평가'란 것은 없어도 된다. '성과'만 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트렌드이다. 그래서 제도보다 문화가 먼저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한들 상호신뢰하는 문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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