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타트업 멘토님들과 함께 이 주제의 교육을 진행했다. 내가 평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이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스타트업 멘토링을 기술적으로 보자면 크게 컨설팅 관점과 코칭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둘의 차이는 컨설팅은 문제-해결이 중심이고 코칭은 성장과 동기가 중심이다. 방법적으로 보면 컨설팅은 원포인트 렛슨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이, 코칭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르다. 이중 무엇이 더 좋은 기법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하나의 기법만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 모든 문제는 정답이 있는 문제와 없는 문제로 나뉜다. 이 중 정답이 있는 문제는 컨설팅의 방법으로 정답을 찾아주고, 정답이 없는 문제는 코칭의 방법으로 최선의 답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자면, 정답이 있는 문제 역시 고기를 던져주기 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접근해야 멘티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문화가 그러하듯 늘 "빨리 빨리"의 문화가 교육을 망친다.
- 어원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멘토링"이 컨설팅/코칭과 다른 점은 방법론이 아니라 "후견"의 의미를 가진 철학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번에 한시간 만나는 스타트업 멘토가 창업자의 삶은 책임 질 수도 없고, 그런 사적인 영역은 다루지도 못한다. 그래서 '멘토링'이라는 철학 위에서 컨설팅과 코칭 기법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멘토링은 이런 원칙적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업계에서는 너무 남발되는 듯 하다. 업계에서 쓰고 있는 "스타트업 멘토링"이라는 말은 사실상 시간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경영 자문" 으로 보는 것이 옳다.
- 여튼 이런 단기 경영자문의 두 가지 축인 컨설팅 방식과 코칭 방식중에 지금까지의 멘토링은 거의 대부분이 컨설팅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애초에 멘토진을 직무 전문가로 섭외하기 때문이다.
컨설팅 방식의 한계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멘토가 해당 사업 도메인의 전문지식을 모두 알 수 없다는 점, Best practice가 상황에 fit한 것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멘토의 전문분야가 전체 사업 영역의 매우 좁은 분야만 담당한다는 점 등 여러 제한점이 있다.
- 반면 코칭 방식의 경우, 멘토가 해당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몰라도 진행이 가능한 프로세스의 전문가여도 충분하다는 점(오히려 더욱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문제-해결이 아닌 '관점의 전환'과 '창의적 해결책'과 같은 새로운 기회의 발견, 멘토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 멘티의 자립성을 높인다는 것 등 보다 장기적인 이점이 많은 방식이다.
- 멘토링 세션은 대화의 주제에 따라 답이 있는 질문과 없는 질문에 맞추어 컨설팅 기법과 코칭 기법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는 곡예적 기술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멘토링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SME)를 통한 원포인트 렛슨 스타일의 컨설팅 세션이 대다수였으므로 이에 대한 counter-part로서 코칭 스타일의 대화 기술을 익히면 훨씬 더 밸런스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멘토링을 할 수 있음.
- 컨설팅을 잘 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제가 프로세스의 어느 지점에서 어떤 pain-point가 있는지를 핀셋처럼 집어 외과수술처럼 해결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이건 사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쌓여야만 가능하다. (대형 컨설팅펌에서 데이터와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조합하여 정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반면 코칭을 잘 하기 위해서는 ICF의 11가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훈련해야 한다.
-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전문 코치가 스타트업 비즈니스 산업을 공부하는 것보다, VC나 스타트업 멘토 같은 직무 전문가가 코칭 스킬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빠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분야에 계신 분들이 코칭이라는 무기를 장착하셔서 더욱 성과를 내는 멘토링을 해주시기를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