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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Dec 14. 2021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은 무엇이 다른가

큰 틀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리더십(Leadership)은 같다. 하지만 이것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혁신을 위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는가라는 도전 정신이다.


과거에 리더라 불리던 기업가들은 기존의 규칙에서 레버리지로 규모만 키운 사람들이 많았다. 1920년대에 포드의 모델T는 한때 단일모델로만 시장 점유율 60%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의 부품처럼 일해야했다. 1990년대에 잭 웰치는 구조조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재임기간 중 GE의 시가총액을 140억 달러에서 3,700억 달러로 만들었지만 그에게 직원이란 회계장부에 있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경영학 교과서에서는 훌륭한(good) 경영 사례 중 하나로 나오지만 위대한(great) 경영자라 불리지는 않는다.


반면 바다 끝에 무엇이 있는 지도 모른 채 망망대해로 신념하나만 가지고 떠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나 마젤란 같은 모험가나, 미국 서부시대에 황금이 있다는 믿음과 확신 하나만 가지고 너도나도 마차를 끌고 캘리포니아로 향했던 골드러시 시대의 탐험가들이 오히려 Entrepreneur에 가깝다. 그들은 무엇이 있는 지도 확실히 모르는 곳을 향해 기꺼이 인생을 건 사람들이다.


즉, 기업가 정신은 시대나 업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철학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기존 산업에서 돈놓고 돈먹기 하는 사업가를 Entrepreneur라 부를 수 없다. 반면 아주 작은 분야에서도 그 시장을 파괴하고(disrupt) 해체한 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을 창업가라 부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위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손해는 하나도 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퀀텀 점프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리스크와 수익성은 반비례한다.


만약 여러분이 운 좋게 사업으로 수십억을 벌었다고 해보자. 아껴쓴다면 그렇게 exit하고 평생 놀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돈이 모두 날라갈 수 있는데도 전부 투자할 수 있는 베짱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대부분 일부는 남겨 놓고 일부만 가지고 안정적 운영을 할 거다. 근데 이런 일을 몇 백배 이상의 스케일로 한 사람이 있다. 일론 머스크다.


그는 이미 20대때 Zip2 Coporation이라는 회사를 컴팩에 매각하여 28살 나이로 250억원 정도의 벌어 부호가 됐다. 그 정도면 평생 일 안해도 충분한 돈이다. 하지만 그는 그 돈을 그대로 X.com이란 온라인 은행을 창업하는데 쓰고 이 회사는 이후 페이팔(Paypal)로 사명을 변경한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페이팔 마피아들은 2002년 이 회사를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하고, 이때 지분 11%를 가지고 있던 일론 머스크는 1,800억원 정도를 번다. 


평생 이 정도 돈을 버는 사람은 정말 거의 드물다. 그는 이미 성공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는 그 돈을 한번 더 전부 투자한다. 그게 전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와 민간 우주산업 기업인 스페이스X다. 이렇게 투자한 이 회사들도 20년 가까이 적자였고 만성적인 파산 위기에 있었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를 꾸준히 내면서도 그는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Starlink), 태양광 사업인 솔라시티(SolarCity), 초고속 열차인 하이퍼루프(Hyperloop), 인공지능 기업인 OpenAI와 뉴럴링크(Neuralink), 터널굴착회사인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등을 줄줄이 인수한다. 결론은? 현재 세계 1위의 부호가 됐다. 그럼에도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철학과 태도의 문제다. 저 돈이 있어도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앞에서 말했던 헨리 포드나 잭 웰치와 다르게 일론 머스크는 뭔가 굉장히 선구적인 경영 철학을 가졌고 인본주의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건 절대 아니다. 그도 결함이 많고 그의 사업도 문제가 많고 늘 파산 위기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바다 너머를 향해 배를 뛰운 모험가들과 같은 마음으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모든 것을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한 것이다.


내가 창업 교육을 할 때는 이 내용이 절반이다. 마인드셋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 캔버스에 칸 채우기 같은 교육이 창업 성공률을 얼마나 높이겠는가. 마인드셋을 바꿔야 한다.


위대한 기업가가 되고 싶지만 위험에 직면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거다. Good Leader를 넘어 Great Entrepreneur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전에 직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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