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석 Nov 25. 2021

우리 회사는 왜 넷플릭스처럼 안될까요?



한 때 이 책이 스타트업계를 휩쓸었습니다. 한국에도 넷플릭스와 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회사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그래도 한국 문화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자평을 하며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큽니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모두가 참고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왜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적용이 잘 안되었는지 제 경험을 통해 그 이유를 공유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책의 제목인 <규칙 없음>은 사실 <스스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라>에 가깝습니다. 무법천지를 만들어도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에 맞추어 스스로 동작하는(이런 점에서 홀라크라시/소시오크라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둘째, 그런 점에서 육성보다 채용이 몇 배나 더 중요한 활동입니다. 어중간한 직원을 뽑아 가르치고 관리하는 비용보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구조를 만들 줄 아는 직원을 뽑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인재는 연봉의 몇 배를 더 주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말라고 하고, 한 명의 천재적 인재는 평범한 직원의 수백배에서 만 배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회사 생활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셋째, 즉, 이런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것을 제한하는 출퇴근 시간, 각종 규정, 보고 체계 등등을 모두 없애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극단적인 업무 투명성, 무제한 휴가, 피드백 문화 등등 현재 조직문화의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사례를 실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이 국내 문화에 잘 흡수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가장 큰 차이는 노동 유연성입니다. 쉽게 말해서 실리콘밸리는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해고가 유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안됩니다. HR실무자나 대표님들과 성과문화를 이야기하면 결국 마지막에 맞닿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제한 없는 무제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합니다. 1년에 364일을 놀고 하루만 일해도 남들의 몇 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근태가지고 시비걸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정이 있어도 대부분 연가범위를 넘겨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통제의 주체를 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넘긴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함부로 자르지 못합니다. 


2. 둘째는 사실상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점이 큽니다. 무슨말이냐 하면 책에서 나온대로 S급 인재를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보상을 쳐줄 수 있는 브랜드파워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데려올 수 있는 것이 있기도 합니다. 넷플릭스도 DVD 우편배달 하던 시절에는 이런 정책을 사용하기 힘들었고, 이미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인재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넷플릭스 정도의 성장세, 인지도, 자금력을 갖추지 못해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책에서 나온 정책을 도입한, (넷플릭스의 정책을 참고한 것이 명확해 보이는) 국내의 스타트업들도 당근마켓, 딥브레인AI등 막대한 투자유치로 현금자산이 넉넉한 기업들입니다.


3. 셋째는 배경, 문화, 철학에 대한 고찰 없이 제도만 흉내내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 책에서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히스토리를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도를 통해 벽돌 한 장씩 쌓듯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나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스타트업 CEO도 아니고 나이도 1960년생입니다. 그와 같은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을 보기도 쉽지 않지만 그만큼의 경력을 경험한 사람도 드뭅니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제도만을 따라한다고 우리 회사가 넷플릭스가 될리는 만무하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제도를 implant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우리 조직에 맞는 제도를 sync 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조직문화는 우리 기업들이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모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지만 실리콘 밸리를 넘어 국내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진화시키는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