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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Nov 17. 2021

왜 OKR을 성과보상을 위해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존 도어는 왜 OKR을 성과보상을 위해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우선 성과보상의 글로벌 트렌드를 한번 보겠습니다. 다들 느끼시는 바와 같이 개인 평가에서 팀 단위 평가로 바뀌고 있고, 근태 중심에서 실적 중심으로, 금전적 보상(Incentive)에서 비금전적 보상(Reward)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메가 트렌드입니다.


첫째로, 일단 개개인의 성과를 계량화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업무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기존 MBO체제에서는 억지로 KPI라는 지표를 만들려다보니 성과관리가 숫자 채우기로 변질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되었습니다. 마치 전자제품을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기는 것 처럼 기획자의 업무를 페이지의 수로, 디자이너의 업무를 시안의 갯수로, 개발자의 업무를 코드의 라인으로 결정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숫자의 틀에 갖힌 형식적 평가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억지로 계량화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만든 지표가 좋은 지표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둘째로, 오늘날 개인 단위의 업무 보다는 팀 단위 협업이 많으며 그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어시스트를 포함한 모든 공격 포인트를 KPI로 설정해야 하는데, 현재의 성과 관리 제도는 득점만을 포인트로 보는 문화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모두의 성과가 높아야 팀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개인의 성과는 낮으나 팀의 성과에 기여하는 경우도 많고, 모두가 개인 실적은 달성했으나 팀이나 전사의 성과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개인 실적을 위해 동료의 성과를 뺐는 영업조직을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개인의 목표는 달성했으나 팀의 목표는 줄어들겠지요. 이런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 금전적 보상은 생각만큼 큰 효과를 주지 않습니다. 허츠버그의 동기-위생 이론의 관점으로 보자면, 금전적 보상은 회사를 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데는 효과가 있지만 정말 조직에 몰입해서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은 성취나 인정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입니다. 경영학의 일부 연구에는 금전적 보상이 장기적으로는 성과에 부(-)의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비금전적 보상은 Reward라기 보다는 조직문화나 캠페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성취의 경험을 만들어 주고 그 결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어떠한 보너스보다도 더 임직원을 engage하게 해줍니다. 조직이론이나 동기심리학에서는 수십년전에 이미 끝난 이야기입니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성과 평가의 방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에서 팀으로, 팀에서 전사 단위로 평가의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금전적 보상에서 비금전적 보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이 방향성을 극단의 끝까지 이동시켜보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아마도 개인 단위의 평가는 사라지고 회사의 모든 이익을 1/n로 나누는 협동조합과도 같은 모습이 될 것입니다. 너무 radical 한가요? 하지만 현재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개인 평가를 없애고 팀 단위 평가로 바꾸고 있으며,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비금전적 보상 문화를 위해 그 이상의 투자를 합니다. 이것이 현재 성과문화의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OKR을 보상과 연동하지 말라는 존 도어의 말은 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보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상을 위한 평가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존 도어의 책을 바이블처럼 믿고 현장 도입을 시도한 많은 회사들이 실제로는 저 문장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보상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전통적 기업에서는 어떻게든 "말이 안나오게" 하기 위해 성과 측정 기준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KPI Book이란 이름으로 책으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평가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계산식이 구체적이 될 수록 자신의 성과 평가 결과에 수긍할까요? 전 이걸 직업으로 하며 매일 같이 기업들을 만나지만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전사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전력질주하고 그 결과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만드는건 어떨까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성과관리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로 풀어야 합니다.


물론 존 도어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철학이나 원칙에 입각하여 주장한 문장이라 생각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제가 말씀드린 관점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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