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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n 22. 2022

PBL 교육설계 잘 하는 법

PBL이 유행이 불어서 여러 기관에서 PBL기반의 교육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관련한 자문과 컨설팅도 여럿 해보니 공통된 원인들도 보여서 공유해본다.



1. 철저한 문제 중심 접근


우선 이름에서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PBL의 정식 명칭은 Problem-Based Learning으로서 '문제기반학습'으로 번역된다. 그런데 정말 많은 곳에서 Project-Based Learning으로 사용하는 것을 봤다. 의미는 비슷할 수 있으나 철학과 형식 중 어느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지 의 차이가 크다.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지 case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애초에 PBL을 구조화 한 Howard Barrow역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든 작명이다)



2. 과정에 초점을 두기


대학에서 조별 과제 하듯이, 주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나눠서 연구하라고 하고, 나중에 발표할 때 피드백 주는 것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BL 형식이다. 이건 조별 과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PBL의 핵심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질문을 과제로 다루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내가 본 많은 PBL 프로젝트들은 '프로세스를 잘 준수하는 것'과 '결과 발표를 잘 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3. 사전 제시 문제의 완성도


과거 Barrow가 의과대학에서 PBL을 도입 했을 때와 비교해서 오늘날 가장 이 모델을 잘 따르고 있는 커리큘럼이 MBA에서 진행하는 Case Study라고 생각한다. PBL의 첫 단계인 문제 정의와 제시 단계에서 Top MBA들이 어느 정도 완성도의 Case를 만들어 제시하는지 보면 정말 놀란다. 왠만한 학교도 Case 하나당 수천만원의 연구비를 들여 만들고 Harvard나 Stanford같은 탑스쿨은 케이스당 억단위 이상의 예산을 들여 만든다고 한다. 문제가 올바라야 올바른 학습이 나오는 법. 단순히 상황 설명 정도 하는 문제 제시 단계에서 깊이 있는 학습이 나오기 쉽지 않다.



4. 학습자들의 사전 역량 고려


태권도 흰 띠들을 방안에 모아 놓고 알아서 연습하라고 해서 검은띠가 되지는 않는다. PBL은 구성주의나 비고츠키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훌륭한 기법이지만 기본적인 역량수준이 낮은 학습자에게도 항상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것은 아니다. 즉 교육 설계자는 교육의 형식에 매몰되지 말고 교육 성과에 approachable한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내가 자문했던 기관들 대부분 'PBL이 좋다니까 한번 해보자'는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의 목적, 학습자의 수준과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교수기법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5.  교수자의 역할


결과 발표에 자기 코멘트 잠깐 해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 교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PBL에서 교수자 역할이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각 프로세스당 학습자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네비게이터가 되어 주는 일, 둘째는 학습의 촉진자로서 적절한 질문을 통해 학습자들의 자기주도적 동기를 자극하는 일, 셋째는 문제 해결안이 발표되었을 때 모자이크의 빈 퍼즐들을 찾아 완성해줄 수 있는 전문성. 이것들이 중요하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상당한 역량이 필요하다. 내용과 프로세스 양쪽에서 다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간과되고 프로세스대로만 진행하려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6. 자기 주도성


내가 생각하는 PBL의 핵심은 문제도 아니고 튜터도 아니고 바로 '자기 주도성'이다. 어떻게 학습자를 적절한 프로세스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정답을 찾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나게 할 것이냐는 점이다. 최근 많이 강조되고 있는 Learning Journey가 보다 교수 도구에 무게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면, PBL은 동기 심리학에 더 가중치를 주고 싶다. 




요약 : 과제 내주고 알아서 풀어와라는 PBL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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