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이수진 지음
나 역시 사업가로서 마침 최근 가장 극심한 슬럼프일때 이 책을 만났다. 이미 스타트업계에서는 워낙 유명한 분이시고 잘 알려진 스토리이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가슴 속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소리내서 울지는 못했지만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지금의 나보다 몇 곱절은 훨씬 더 고민하면서도 숙박업계 1위 기업을 만들어낸 이수진 대표님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에세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것 처럼 "스타트업 필독서"이자 "용기를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수진 대표님의 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왠만한 인간극장을 넘어서는 자수성가의 대명사라 불릴만하다. 사실 업계에서 흙수저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널리 있지만 이렇게 고생하며 성장하고 이렇게 큰 기업을 일군 사람은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저자는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분가하셨고, 부모님 대신 키워주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시는 등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며 농사일이나 신문배달을 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이후 만 스무살이 되기 전에 서울로 상경하여 모텔 청소부를 거쳐 모텔 관리자를 하다가 관련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한 것이 계기가 되어 28살의 나이에 야놀자를 창업했다. 창업 10주년을 맞아 현재 (주)야놀자는 국내 숙박업계의 1등 기업이자 다양한 O2O hospitality and event service를 선도하고 있다.
실로 신화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세상의 벽과 편견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매년 150%씩 고속성장하는 회사를 어떻게 유지했을지가 특히 알고 싶었다. 또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도 무엇이었을까 무척 궁금했다.
나는 평소 리더의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글쓰기'를 꼽는다. 왜냐하면 평소 독서와 사색이라는 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며 그 사람의 모습을 담는 그릇이다. 글을 잘 쓴다고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훌륭한 리더는 뛰어난 글 솜씨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비단 글 뿐만이 아니라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사업가로서 저자가 굉장히 유려하게 글을 잘 썼다는 점이었다.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을 위해 오탈자 수정 정도외에는 특별한 교정도 하지 않았다고 하여 더욱 놀랐다.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은 고사하고 공업전문대학을 졸업한 창업가이지만 내가 본 어떤 비즈니스 에세이보다 뛰어났다. 그 비결로는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내우며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민과 사색을 한 시간도 있겠지만,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가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이수진 대표가 꾸준히 써온 '사장일기'의 내용을 주로 발췌하여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는 무려 10년전인 2005년도 일기부터 있다. 간단한 사색이나 메모도 있지만 대부분 그 순간의 감정을 가감없이 기록한 글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10년을 꾸준히 사업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와중에 이렇게나 많이 사색하고 그것을 글로 남겼다는 점에서 새삼 대단함을 느꼈다.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모텔 청소부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가 얼마나 고뇌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나날이 쌓여가는 적자, 믿던 사람들에게의 배신, 주변의 오해.. 이런 것들은 다른 창업자들도, 나 역시도 고민하는 내용일 것이라.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기에 오늘의 이 자리까지 왔다는 점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힘들게 고생을 하셔서 그런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수진 대표님에 대한 명망이 높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인품 없이는 결코 이루지 못했으리라. 맨 바닥에서 맨손으로 일구어오던 사업도 지난 2014년 큰 위기가 있었다는데, 그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2015년 10주년 기념 리스타트 선포식을 하였다고 한다. 그 사이 회사는 더욱 성장하고 많은 투자유치도 달성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의 하나가 되었다.
사실 최근 스타트업계에서는 '좋은 인재는 다 야놀자로 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는 굉장히 훌륭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분명히 좋은 기업이긴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인데도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히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뛰어난 비즈니스 비전과 훌륭한 리더십, 체계화된 시스템과 따뜻한 조직문화가 고루 어울러져 이루어졌을 것이다.
시장 사이즈가 작은 국내에서는 아직 유니콘이라 불릴만한 메가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숙박업 역시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라 대규모 폐업소식이 뉴스로 들리기도 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숙박과 여행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야놀자의 리더십은 분명 다른 스타트업들에게도 좋은 모범이다.
먼저 걸어간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것은 뒤따라 걷는 자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끙끙 앓던 고민들이 해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아마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경험했을 모든 고민을 이미 더 혹독하게 견딘 선배 창업가로서 저자의 행보와 결단이 큰 감동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