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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바라 Apr 14. 2020

시작부터 가난한 사회초년생

가난의 지름길

르상티망(ressentiment):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


대부분 시작은 물질적으로 초라한 경우가 많다. 처음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부터 10년 차 이상의 분위기를 풍겨야 사회 일원으로서 인정해 주는 듯하다. 이때 사회초년생은 자신의 기준을 잡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르상티망에 붙잡혀 가난의 지름길로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자가용이다. 신상과 중고 모두 월급 몇 달치를 모아야 살 수 있다. 게다가 관리비도 지속적으로 든다. 보험비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결국 사회초년생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할부. 매달 월급 절반이 자신의 차로 빠진다.

나가는 돈에 비해 자동차는 자신의 가치를 올려주지 못한다.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며, 매달 일정 금액의 돈만 나가게 한다. 문명의 편리함에 중독되면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나고 저렴하다. 집 앞만 나가면 버스와 지하철이 다닌다. 그렇다면 왜 돈 없는 사회초년생은 자동차 구매를 선뜻할까? 사회가 정한 기준에 예속, 복종되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구매한다. 그리고 장기간 이용할 꺼라며 고급 외제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명품을 소비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면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유욕, 스트레스 등을 풀기 위해 명품샵으로 향한다. 또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레스토랑을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월급은 한정돼 있고, 자동차도 구매했으므로 현실에 타협해야 한다. 이때 정신적 승리를 위해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기도 한다.

"명품 가방 살 필요 없어, 그 돈으로 예쁜 가방 많이 사면돼.", "레스토랑은 무슨, 피자 체인점에서 즐겨도 충분해." 사실 명품 가방이나 레스토랑은 이들에게 추상적인 상징에 불과하다. 굳이 다른 대상과 비교할 것 없이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가치를 느끼면 된다. 하지만 자극적인 것에 늘 노출돼 있고, 남 눈치를 보기 쉬운 환경에서 그러긴 쉽지 않다. 


같은 위치의 사회초년생은 출발선은 갔지만 가속도는 다르다. 가속도는 점점 빨라지거나 점점 느려지는 속도다. 자신의 내적 지식을 추구하고 충만하고 꽉 찬 삶을 원하는 사회초년생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미래에 보장되는 것들이 가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르상티망에 사로 잡혀 사는 사회초년생은 하루 만에 월급이 소진되는 경험이 많다. 월급은 오르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미래는 어둡고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한다. 하지만 르상티망에 어깨를 내 줄 사람은 르상티망에 사로 잡힌 사람일 확률이 크다. 그렇게 둘 다 가난하고, 미래의 자식도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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