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우리 저거 하나 시식해볼까?"
마트 시식 코너에서 소시지를 굽고 있었다.
평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인데도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시식 코너는 그런 곳이다.
아마 신발을 튀기고 있어도 코를 벌름거리게 될 거다.
초록색 일회용 녹말 이쑤시개로 콕 찍어, 아들과 하나씩 입에 넣었다.
역시나 진정한 맛집은 시식 코너지! 하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들이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며 말했다.
"아빠~ 너무 맛있다! 우리 이거 하나 사자!"
"너 인마, 집에선 소시지 손도 안 대잖아."
"아니야, 이건 달라. 진짜 맛있어. 하나만 사자~ 응?"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하고 하나만 사자는데,
그냥 갈 수 없어서 하나 집어 들었다.
바로 옆 코너에선 만두를 굽고 있었다.
와 만두는 못 참지.
"우리 만두도 먹어볼래?"
"아니, 괜찮아."
어쩐 일인지 아들은 시식 코너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걸어갔다.
"아 왜~ 시식 코너 만두는 집에서 먹는 거보다 더 맛있단 말야! 하나만 먹어보자~"
아빠의 회유에도 아들은 끝까지 시식 코너를 외면한 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생각났다.
먹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먹기만 하고 그냥 가기가 미안한 거였다.
"아들~ 시식하고 그냥 가기가 미안해서 그런 거야?"
들킨 마음이 민망했는지
아들은 말을 돌리며 후다닥 뛰어갔다.
"오렌지 주스가 어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