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쓰는 행위'의 효과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감정 조절이나 생각의 깊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언어화 과정이기 때문이죠. 두리뭉실하고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것은 이를테면 어수선한 책장 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지닙니다. (중략) 일기를 쓰고는 싶은데 막상 뭘 써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감사'와 '죄책감' 딱 두 가지 키워드로만 내용을 단순화해서 적어보세요. 감사했던(받았던) 일과 잘못했던 일.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서 얼마든지 우리의 멘탈과 감정을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하게 가꿔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中-
쓰는 행위는 메타인지를 높여준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독후감을 통해서 쓰는 행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일기든 독후감이든 에세이든 크게 보면 감사(행복)와 죄책감으로 귀결된다. 내 글을 AI로 돌려 딱 두 가지 키워드로만 요약하라고 한다면 아마 '행복'과 '죄책감'이 두 가지를 출력해 낼 것 같다. 내가 무슨 행위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지, 또 내가 어떤 행위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가 거의 모든 글을 관통하는 정서인 것이다.
오늘의 행복 그리고 죄책감
마른 나뭇잎 냄새가 실린 가을바람이 감사하다.
홈쇼핑에서 나오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보면서 행복하다.
세상에 지배당할 뻔했던 무력감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그 마음가짐만으로도) 내가 가상하다.
허나, 사소한 것에도 행복할 일 투성이인데 그것을 충분히 감사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