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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할래?

by 초이조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어린 시절. 그래서인지 그 당시 집에서 내 별명은 보까 박사였다. 하도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라는 말을 많이 해서이다. 그때는 어찌나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지.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매일을 하고 싶은 것을 찾느라 바빴다. 그때는 꿈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그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건 20대가 되었을 쯤이었다.


어엿한 성인 되고 나니 난 그저 말로만 할 뿐이고 정작 해봤다거나 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 그거 해볼까? 하는 생각과 입 밖으로 내뱉음, 단지 그것뿐.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가 말한 많은 것 중에서 정작 행동으로 옮긴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걸 아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렸을 때는 나의 말에 모두가 "그래. 해 봐. 좋을 것 같아"라고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래서 언제 할 거야? 말만 하지 말고 이번에는 해봐"라는 반응이었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해서 알았다. 나는 그저 말로만 하고 싶다고 말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을. 말 뿐인 것이 반복될수록 나의 의지를 다짐하는 말이나 내가 하는 말의 의미는 퇴색되었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그저 공기 중에 흩어지는 무의미한 단어들의 집합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해볼까라는 말을 잘하지 않게 되었다. 혹자는 말해야 하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하는 것을 선택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진짜로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움직일 때 혹은 다 끝나고 나서야, 그나마도 주변에서 물어보면 말했다. 그냥 담백하게 이거 해봤다고. 그러다 좋은 결과가 있는 경우에는 약간의 보너스처럼 주변에서 대단하다며 치켜세워줄 때도 있다. 물론, 그럴 때는 약간 나도 모르게 우쭐거리게 되다가도 스스로 조심하려 한다. 또 말로만 하는 실수를 범할까 봐.


말로 하는 건 쉽다. 생각한 걸 입으로 꺼내면 되니깐. 하지만 말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행동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한 말들이 쌓여 나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하는 말은 곧 나라고 생각한다.


말 뿐인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가벼이 말하는 것을 조심하고 책임과 행동이 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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