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편하다고 불평하지 말자

by 초이조


불편하다는 형용사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이용하는 것이 것이 거북하거나 괴롭다는 뜻으로 예를 들면 생활하기에 불편한 집, 의자가 앉기에 불편하다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은 불편하다의 정의이다. 그동안 불편한 걸 몰랐던 건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꽤 괴로운 일들이 몇 가지 있다.



1. 택배 찾아 삼만리


독일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 살 게 많은 뚜벅이는 아마존 사이트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처 가져오지 못한 옷이나 물건들은 가족에게 부탁해서 우편으로 받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택배는 여기서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이 너무나도 편했고 당연했던 것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덜어진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였다.

이것도 코로나 전후로 나뉜다. 코로나 전에는 문 앞에 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경비실에 들러 택배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문 앞 택배는 너무나도 당연해졌다. 아마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당사자가 아니면 택배 박스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강력한 믿음이 전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런 걸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택배가 온다고 하는 날에는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혹시라도 집에 사람이 없으면 다시 가져가거나 근처 packetshop에 두고 우편함에 너의 택배는 어느 packetshop에 두었다고 종이를 넣어둔다. 선진국이라면 내 문 앞에 두는 택배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이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인 걸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렇게 내 택배가 있다는 packetshop을 찾아 돌아다니는 중이다(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 감사하다.)



2. 약속부터 잡으세요.


한국에서 주민센터를 갈 때 약속이란 걸 잡고 갔던가? 아니지, 그냥 가고자 한 날짜에 가서 번호표 뽑고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볼 일 보고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테어민, 약속부터 잡아야 한다. 계획형 J로서 약속이란 얼마나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도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독일의 약속 문화는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된다. 특히, 행정적인 일처리가 필요할 때는 약속이 잡히지 않아서 전전긍긍할 때가 많다. 지금 내 상황도 그렇다. 아니, 아예 약속 자체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빨리빨리 DNA가 흐르는 한국인에게 약속부터 잡으라는 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3. 그리운 뜨끈한 온돌 생활


독일 집을 구하면서 걱정했던 건 바로 난방이었다. 온돌이 얼마나 멋진 발명품인가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서도 그냥 뭐 그렇구나 했었다. 하지만 온돌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니 온돌의 위대함을 느끼고 내가 얼마나 따뜻하게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독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당연히 난방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바닥을 뜨끈하게 데우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공기와 바닥이 차다. 자려고 누우면 얼굴은 차고 전기장판을 켜둔 덕에 몸은 덜 춥다(따뜻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뜨끈하지 않아서...). 한 몸에 상반된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발바닥이 시리다. 색다른 경험이긴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추위에 무척 약한 나로서는 온돌이 그저 그립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고 아직은 모르지만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오히려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다. 불편하다고 불평하고 불만을 가지기보다 적응하려 노력하고 감사할 줄 아는 이가 되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놓치지 말아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