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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

by 초이조


보통 푹 자고 일어나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이버 뉴스도 보고 인스타도 휘리릭 살핀다. 그러다 울리는 메시지 왔음 알림. 평소랑 다름없는 대화의 시작은 점점 공기의 무게를 다르게 만들었다. 별일 없지?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쓴다.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서… 그래서 별일 없지?라는 질문 다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응, 똑같지 등이 오면 나도 모르게 안심한다. 그리고 그러기를 기대하면서 보내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간혹 다른 대답이 오면 덜컥 겁이 난다. 오늘이 바로 그러한 날이었다.


최근, 내 개인적인 상황이 영 편하지 않아 사실 다른 이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기적으로 그저 나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핑계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도 내가 감당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들려온 소식은 나의 처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컸으며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괜찮다고 하면서도 허탈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짓는 그들을 보며 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갑갑해지는 걸 느꼈다. 그들의 웃음 저편에 있는 힘듦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험상 힘내, 괜찮을 거야라는 말들은 정작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뿐더러, 대책 없는 말은 그저 허울 좋은 말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런 힘이 되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나마저도 함께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더더욱 마음 한 구석이 더 시렸다. 항상 어리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기만 하다가 정작 난 아무 도움이 못 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스럽기까지 했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을 뿐이다. 그것이 다였다. 그저 미안하고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없음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일인지 몰랐다. 그리고 나의 무능력함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종교는 없지만, 신에게라도 빌고 싶다. 그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게 해달라고 하진 않을 테니, 부디 그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게 하지 말아 달라고…아무 별일 없는 보통날을 보내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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