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한다. 눈 뜨기가 힘들어서 5분만 더 잘까? 말까?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지금 이걸 해? 말아? 새해부터는 운동을 시작해 볼까? 아냐, 당장내일부터 열심히 할까? 영어 공부를 좀 해볼까? 이렇듯, 살아있는 동안 수십 번 고민하고 선택을 한다. 이때, 자신의 선택이 무조건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했다고 느끼는 것처럼 어떤 것은 바로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자격증, 언어 등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야만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후회.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쓴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다', '그때 그렇게 했다니... 내 선택을 뼈저리고 후회해'라고. 선택은 선택하는 이의 가치 기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체득한 결과들 속에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가치에 따라 선택을 한다. 그리고 후회는 그러한 선택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선택의 결과들이 매번 좋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선택을 한다는 건,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후회하느냐 하지 않느냐이기도 하다. 선택은 얼마나 후회를 줄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명품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하나 정도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유명 명품 브랜드의 캐시미어 머플러를 눈여겨보는 중이었다. 분명, 브랜드 값이라는 걸 알면서도 꽤 거금이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있는 나라로 친한 분들이 출장을 온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있는 동네에서 거리는 꽤 멀지만 그래도 가서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싶어서 바로 교통편을 알아봤다.
그런데 급박하게 잡힌 일정이라 교통비가 예상보다 훨씬 비싼 것이 아닌가. 미리 끊었더라면 1~20%는 저렴했을 텐데라는 후회와 함께 다른 생각을 잠시 하다가 표를 구매했다. 일정에 맞춰 모든 표를 구매해도 머플러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캐시미어 머플러는 이보다 더 비싼데 사고 싶어 하면서...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게다가 잃어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물건에 돈 쓰는 건 아까워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에 돈을 아끼려 하다니..'
나 자신에게 실망하였다. 내가 이렇게나 속물주의자였다니. 다시 생각을 고쳐서 다행이었다. 캐시미어 머플러를 선택했다면 겨울 내내 내 그 머플러를 할 때마다 목은 따뜻할지언정, 마음은 불편하고 그때 왜 그랬을까라며 끊임없는 자책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머플러를 하기 싫어서 점점 안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잠시 물욕에 눈이 멀어 잠시 더 소중한 걸 놓칠 뻔했다. 내가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을 한 지금 이 순간 전혀 후회는 없다. 그렇다. 후회 없는 선택을 했고 마음은 홀가분하다. 그렇다면 그것만로도 충분하다.
매일,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어지럽다. 그렇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선택의 후회 지수를 최소화하는 거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