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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by 초이조


지난밤, 오랜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


“독일 사진 좀 보내라니깐. 자랑 좀 해 ㅋㅋㅋ”

이미 한국은 자정이 넘었을 시간이지만, 그냥 답장했다.


“자랑할 게 없어 ㅋㅋㅋ”


다음 날, 친구는 나를 배려하여 독일 아침 시간에 맞추어 답장을 보내왔다.


자연스레 평소처럼 서로 안부를 다가 친구가 어제 메시지를 보내게 된 배경을 알았다. 인간관계에서 오해 아닌 오해가 생겨 오랜만에 힘에 부치던 날을 보냈기 때문이었음을.


요는 상대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에서 오는 트러블이 있었고 결론적으로는 친구가 배려가 부족했었음을 알았고 잘 풀었다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고 잘 마무리되었다고, 혹시 나도 자기한테 서운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친구. 멋지게 상황을 마무리한 친구에게 어른스럽게 화해했다며, 멋지다는 말을 전했다. 친구는 그게 무슨 어른스러운 거냐고 했지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인정하는 것만큼 용기 있고 멋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오해를 풀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건 친구의 태도도 한몫한 게 아닐까?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우리는 서로 참 많이 다르다. 계획형인 나와 달리, 친구는 즉흥적이다(여행 가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상황에 따라서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게 참 어려운 나는 그 친구가 해주는 말로 위안을 얻을 때도 많다.


어떨 때는 틀에 박힌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도 친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접하면 새로운 눈을 뜰 때도 있다. 친구는 자신의 다름에 대해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수용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다른 이가 하는 말을 꼬아서 듣지 않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친구가 좋다. 달라서 좋고 달라서 고맙다. 그러나 내게는 친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다른 이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건 틀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다르다는 건 특별한 것일까? 다름은 틀린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닌, 그냥 다름 그 자체이다. 어쩌다 보니 친구를 예찬하는 내용이 되긴 했지만, 이번 일로 친구가 의기소침해지거나 그녀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의 다름을 사랑하니깐.(그래도 너무 다를 때는 그 길이 아니라고 잡아주기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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