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계절의 바뀜을 아는 여러 방법이 있다. 사람들의 한결 얇아진 옷차림을 보고도 알 수 있다. 혹은 앙상했던 나무 가지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잎들로 뒤덮여 있는 걸 보면 겨울이 끝났음을 알 수 있다. 나만의 아는 방법은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따끔거린다면 그것도 계절이 바뀌었다는 증거이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바로 한눈에 변화를 알 수 있는 건 체리블러썸, 벚꽃일 것이다.
한국은 벚꽃이 만개했거나 지고 있을 지금, 독일도 여기 저거 벚꽃을 볼 수 있다. 한두 그루씩 듬성듬성 있는 벚꽃 나무를 보고 있으니 벚꽃 나무들이 쭈욱 늘어선 요즘의 한국이 더욱 생각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벚꽃이 필 때면 늦은 밤, 커피 한 잔 사들고 벚꽃 나무 아래를 천천히 걷는 걸 즐겼다. 낮에 보는 벚꽃도 물론 이쁘지만, 인물사진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밤에 즐기는 벚꽃 나들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닿지 않는 밤하늘의 별 대신 손 내밀면 닿는 까만 밤에 보이는 벚꽃이 더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사실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흩날리는 벚꽃을 보는 것이다. 만개한 벚꽃보다 더 보기 힘든 걸 수도 있다. 만개하기 전까지 날씨가 좋아야 하고 만개할지라도 혹여 비라도 온다 치면 그 아름다음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만개 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그리고 완연한 봄이 왔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함께 할 수 없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은 벚꽃만 보며 마음을 추스르느라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지는 벚꽃들에게 마음속으로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만개하느라 고생했을 벚꽃은 마지막까지 조용히 떨어지면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다음 해를 기약한다. 그리고 다음 해 또다시 그 자리에서 다시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 알린다.
벚꽃의 꽃말은 정신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한다. 꽃말대로 벚꽃만큼 아름다움이 어울리는 것도 없을지 모르겠다. 벚꽃처럼 묵묵히 꽃 피울 준비를 하면서 활짝 핀 후, 고귀하게 마무리할 줄 아는, 벚꽃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