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완결된 넷플리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따뜻한 드라마 같아서 언제 하루 제대로 날 잡고 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다. 그럼에도 방영 당시, 쏟아지는 기사와 함께, 릴스, 쇼츠에도 계속 떠서 어쩌다 보니 하이라이트 같은 건 대충 알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고 울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속에 훅하고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극 중 금명이의 결혼하는 날이었다.
신부 입장 전, 아빠 관식은 금명의 입학식날, 수험장 입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소 지으며 말한다.
"금명아, 수 틀리면 빠꾸. 아빠한테 냅다 뛰어와, 알지?"
이 말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게 뭐라고 말이다. 왜 눈물이 났을까 생각해 보니, 아버지 관식에게서 나의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 대학원 합격 여부 결과를 앞두고 있을 때, 회사 채용 결과를 기다릴 때 등 인생의 산 하나씩을 넘어야 할 때마다 밖에서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집에서만큼은 그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한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 눈에는 다 보이셨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 해주신 단 하나의 말씀, 지금도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용기를 주는 마법의 말이 있다.
"네 인생은 탄탄대로다."
평소 감정 표현이란 본 적이 없고 무뚝뚝함의 끝판왕, 전형적인 경상도 출신인 우리 아버지가 그런 말을 대뜸 해주셨을 때, 처음에는 놀랐고 이내 정말 그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부터 왜인지 모르게 나는 무탈하게 내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이 말만 되새기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갑자기 생기기도 하였다.
아버지도 초조하고 걱정이 크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신 눈에 어리고 약해 보이는 자식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관식은 수틀리면 돌아서 아빠 품으로 오라며 걱정하지 말라하는 한편, 우리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셔서 그랬는지, 앞으로 걱정 말고 돌격하라, 뒤는 아버지가 지키고 있다 같은 느낌이라 전혀 다른 타입이시지만, 자식에 대한 마음만큼은 모두가 같지 않았을까?
아마 이 세상 아버지라면 각자 표현하는 법은 달라도 자식에게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관식처럼 수틀리면 빠꾸 하라고, 우리 아버지처럼 네 인생은 탄탄대로라고, 그러니 네 뒤에 항상 이 아버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도 지치거나 힘들 때, 혹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아버지가 해주신 주문을 외워본다.
'아부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인생은 탄탄대로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탄탄대로라는 것도 멀리서 봐서인 건지 아니면 가까이서 봐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아버지께서 내게 걸어주신 마법의 주문은 지금까지 내가 있게 해 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