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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

by 초이조


주말 동안 책 1권을 읽자는 목표를 세워두었던 게 생각나서, 전자책을 꺼냈다. 1/3 정도 읽고 손대지 않았던 자기 계발서가 보여 마저 읽기로 했다. 많은 자기 계발서의 결론은 거의 비슷하게 마무리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그 속에서 배우고 정진하라 등등. 그래서 자기 계발서를 어느 순간보다 읽지 않았다.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걸 알면서도 삶이 지치고 자신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싶을 때 가끔은 당기는 게 내게는 자기 계발서이다. 요즘 내게 필요한 것이 응원 같은 거였던 건지 오랜만에 본 책은 나름 즐기면서 읽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두 번째 화살에 대한 얘기였다.


무례한 사람들들로 인해 삶이 힘들 때 대처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두 번째 화살을 피해야 한다는 얘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첫 번째 화살은 원치 않은 일이 새겼을 때 즉각적으로 느끼는 고통이라면 두 번째 화살은 다시 그 일을 떠올리며 느끼는 고통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여러 일을 겪는다. 사회적 위치에 혹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를 무시당하기도 하고 본인의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되려 잘못을 뒤집어쓸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겪었던 일 중 오랜 기간 나를 괴롭혔던 사건이 있다. 요는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이상하게 전달되어, 어느새 세상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황당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죄 없이도 살 수 있는 정도로 무결하진 않지만, 그래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 중인데, 이 무슨 황당무계한 일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든 것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첫 번째 화살을 맞고 나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두 번째 화살이었다. 첫 번째 화살은 갑자기 날아온 거라 맞은 거니 아프지만 금방 훌훌 털어냈다. 하지만, 그날부터 꽤 오랜 기간 동안 내 머릿속을 이리저리 휘적이며 가장 아플 것 같은 장소를 찾는 것 같은 두 번째 화살이 문제였다. 억울하지만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 깊게 뿌리 박힌 두 번째 화살은 뽑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찼다.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의 상흔은 남았다.


사실 지금도 그 화살이 이따금 다시 날 향해 쏠 준비를 하고 있다. 쏜다면 피할 자신은 없기에 최대한 쏘지 않도록 다른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려 한다. 어떨 때는 운동을 과하게 해서 몸을 힘들게 하여 생각이란 걸 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하고 다른 때는 가지도 않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관련 자료를 엄청 찾아본다.


두 번째 화살을 자신에게 겨냥하지 말자.


제일 좋은 건 첫 번째 화살부터 피하는 게 최고겠다. 그러나 그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미 맞은 첫 번째 화살은 아프겠지만, 바로 뽑아 버리고 다음 화살은 무조건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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