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세 따르기

by 초이조


요즘 건강에 대한 키워드로 뜨거운 것이 바로 저속노화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천천히 늙어간다는 뜻의 저속노화는 노화라는 말이 점점 체감되는 나이에 들어선 내게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저속노화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건강식단일 것이다. 인스턴트, 정제된 식품이나 가공식품 등을 멀리하고 자연식 위주로 건강하게 먹는 그런 것들.


그러나 빵, 아이스크림을 포기할 수 없는 내게 저속노화는 필요하지만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대세인 저속화를 다른 방법으로 따르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것 도전하기이다. 즉,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면 뇌 노화가 천천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른바, 뇌 저속노화 프로젝트랄까.


그중에서도 3년째 진행 중인 것이 주 1권 책 읽기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하루 종일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금방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없을뿐더러 머리가 멍해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뇌에 휴식시간을 줄 겸 꾸준히 책 읽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주로 소설(특히, 추리소설)을 읽고 있지만, 간혹 인문학에도 도전 중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턱은 여전히 높아서 완독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실정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새로운 운동이고 다른 하나가 새로운 언어 배우기이다.


학창 시절, 오래 달리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면 한 바퀴 설렁설렁 뛰고 숨차다고 그늘 가서 쉬던 나였다. 하지만, 새로운 운동으로 러닝을 선택했다는 건 내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그래서 적응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주 1회, 일요일 오전에만 뛰고 있다. 이제 겨우 2달이 지났으니 8번 했다. 처음에는 3km 중 거의 2.5km는 걷기를 했다. 그러나 최근 마지막으로 뛰었던 날은 5km 중 3km는 천천히지만 뛰었다. 남들은 그게 뭐냐고 하겠지만, 나는 조금씩 더 오래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젋어지는 기분이 든다. 신기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최근 나만의 저속노화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 새로운 언어 배우기.


모국어인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매번 글 발행 전 맞춤법 고치기를 할 때마다 과연 나는 한국인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항상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들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독일어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뇌 저속노화가 되고 있느냐 하면 정확히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뇌가 움직이는 것 같긴 하다.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했지만, 주입식 교육의 결말은 항상 새드엔딩이다. 그렇기에 제일 초급반에서 겨우 입을 떼며 어버버버하는 중이다.


수업은 영어 설명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도 난관이다. 영어 수준도 썩 좋지 않기에 대충 눈치껏 알아듣는 척하면 모르는 건 손짓발짓을 해가며 바디랭귀지로 어찌어찌 해결하고 있다. 영어도 못하는 데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어학원 가는 게 무섭지가 않다. 발음도 엉망이고 수업 후 치는 테스트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이, 커다란 백팩에 노트와 교재, 샤프를 넣고 쫄래쫄래 학원 가는 길은 매번 즐겁다. 모르는 것을 배우며 살아있음을 느껴서 그런가 보다.


어쩌면 저속노화라는 건 즐겁게 오래 잘 사는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실천하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여러 방식을 찾고 있지만, 계속 찾다 보면 최대한 노화를 미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노화라는 걸 거스를 수는 없다. 건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럴 때 나만의 저속노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