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서 딱 하나의 물건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자동차? TV? 노트북? 단언컨대 스마트폰이 1위가 아닐까 싶다. 집 전화기만 있던 시절에서 삐삐와 휴대폰을 거쳐 지금의 마트폰의 시대를 거치면서 손 안의 세상을 만끽하고 있다.
또래 중에는 휴대폰을 처음 가지게 된 시기도 늦은 편이었고 부모님께서 휴대폰을 사주실 때 한 약속도 있었기에 폰으로는 문자, 통화만, 최소한의 것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항상 월말이 되면 문자 하나 보내기가 어찌나 손 떨리던지.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넘어오고 나서부터는 그런 약속은 사라진 지 오래. 오히려 통화는 줄었고, 메시지 보내기, 메일 확인하기, SNS 하기, 유튜브, OTT 등 동영상 시청하기 등 6인치 남짓한 직사각형 세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크게 이상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것에 대한 생각이란 걸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생애 처음 글램핑을 떠난 날이었다. 평소 잠은 집에서 편하고 따뜻하게 자자는 주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때는 그 글램핑을 그냥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와 약속을 잡고 약속 당일, 글램핑장으로 가기 전에 시장에 들러 먹을 것도 사고 간단하게 요기도 하고 글램핑장에 도착해서는 저녁 준비, 불멍 등 많은 걸 했다. 밤사이 약간 오들오들 떨면서 자긴 했지만, 그래도 새소리에 일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풍경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흔들 다리도 건너보기도 했다.
피곤하지만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든 상태로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1박 2일 동안 생애 처음으로 휴대폰을 충전하지 않았고 사실, 내 폰의 배터리 성능에는 전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폰에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할 때면 제 아무리 80% 넘는 배터리 성능이라고 알려줘도 믿지 않았다. 매일 폰을 충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배터리 잔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그래도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아무래도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나마나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생애 첫 글램핑을 떠났던 그때 알았다. 난 너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폰을 멀리했던 그 48시간 덕분에 머리가 엄청나게 개운해졌음을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더 이상 폰을 가까이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로 끝나는 해피엔딩이면 좋았을 텐데,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그때만 잠깐 그랬을 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잘 때 빼고는 눈 아니면 손을 폰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다시 자진해서 스마트폰 노예가 되었다. 전보다 더 심해진 건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려 하다 보니 점점 거북목은 심해지고 눈은 매일 피곤하고 두통도 가끔 있다.
여행 갈 때 폰 없이 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나병이 있어서 이 또한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정보를 알 수도 있는 디지털 세상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을 말이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라는 걸 해보려고 한다. 당장에 폰을 멀리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자기 1시간 전부터 폰 안 보기나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동안은 폰 안 보기와 같은 생활을 습관으로 만들어보려 한다. 글을 쓰는 오늘부터 시작해서 한 두 달 후에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후일담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