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라 중에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고?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그중에서 음식을 생각해 보면 파스타, 피자는 흔하게 접할 수 있지 않은가.
내적 친밀감이 있는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로마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 사람이 나였다. 언젠가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항상 마음을 접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바로 악명 높은 소매치기!
로마를 가볼까 싶어서 이것저것 찾다 보면 로마 소매치기 후기가 쏟아졌고 인스타에서 마저도 지하철에서 소매치기에게 소리 지르거나 관광객이 소매치기 일당을 손수 잡아서 경찰에게 인도하는 등으로 릴스가 가득 찼다.(내가 말하는 게 도청당하는 것 같은 이 기분 뭐지?)
그러다 보니 로마를 가는 게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친구와 한 시간 넘는 통화를 하다가 홀라당 친구의 설득에 넘어가서 뭐에 홀린 듯이, 비행기, 숙소를 끊고 출발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엄청 큰 걱정을 하고 도착한 로마. 한 손으로 크로스 백을 꽉 잡고 주변을 경계하며 다녔다. 덕분에 마지막 날까지 잃어버린 것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결론만 말하자면, 로마에 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역사 속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느낌이 달랐다. 단순히 크기에 놀란 것이 아니다. 그 시대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바라본 콜로세움은 크기에서 오는 웅장함과 거대함에 더불어 건축기술, 정치, 문화 등을 아우르는 역사 그 자체였다.
피에타를 비롯한 조각상들을 보면 돌이지만, 옷깃은 당장이라도 흩날릴 것 같았고 고통, 절규와 같은 살아 있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그 감정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로망에 오는 걸 계속 미뤘던 내가 얼마나 겁쟁이였는지 반성했다. 내가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 되었을 것을. 작은 것을 얻다가(소매치기당하지 않기) 큰 것(로마 포기)을 잃을 뻔했다. 작은 것을 잃더라도 큰 것을 얻는다는 걸 왜 몰랐을까?
앞으로 소탐대실이 아닌 소실대탐의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왕이면 소탐대탐의 마음가짐도 가지면 좋겠다.
지금도 로마의 어디선가에서는 땅 속에 파묻혀 있는 역사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소매치기들이 많다는 트레비 분수에서 1개 동전을 던지며 다시 로마를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때도 소매치기 때문에 로마를 꺼린다면 다시 한번 소실대탐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여행 준비를 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