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여행

by 초이조

교복을 입고 만난 우리. 그때 우리는 그날의 급식 메뉴가 뭔지가 특식은 언제 나오는지에 대해 진지했다. 자율학습시간에 떠들다가 옆 반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우리 우정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지를 말이다.


시간이 흘러 부동산 얘기를 하고 사회 생활하다 보면 생기는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위로하기도 하고 서로 조언하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자진해서 같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 서로 여행 스타일을 싫어해서는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그냥 때마다 상황이 맞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오래전부터 약속하던 여행을 하였다. 이번에도 안 가면 정말 못 갈 것 같아 작년 말쯤에 여행 날짜를 잡고 출발하기 두 달 전, 비행기를 끊고, 한 달 전 숙소 예약했다. 그게 다였다. 둘 다 계획형 J이지만, 에너지 총량의 법칙에 따라 현생에 치여 에너지를 쓰고 나면 여행 계획을 짤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날씨요정인 친구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을 매일같이 즐길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서로 이쁘다, 귀엽다를 연발하며 수백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물 사진을 일 년에 한두 번 찍을까 말까 하는 나로서는 한 10년 치 사진은 찍은 것 같다.


함께 여행하며 가벼운 주제부터 진지한 대화까지 하며 몰랐던 서로를 알아갔다. 그리고 말없는 시간도 즐기며 함께하되 개인 시간도 서로 존중해 주며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만을 남기고 헤어짐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아무 근심걱정 없이 원 없이 웃었다. 그래서일까? 찍은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같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함께한 여행이지만, 어색함이나 불편함 없이 이렇게 좋을 수 있었던 건 어떠한 의도 없이 그냥 같이 시간이 보내며 자연스레 오랜 시간을 함께한 덕분이 아니었을까.


시절인연이 아닌 오랜 인연으로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기를, 10년 후쯤 또 우정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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