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가요

by 최주식



정오의 희망가요



열두 시에 라디오를 켜면

정오의 희망가요가 나오듯이

슬픔은 같은 시간에 반복되지


비둘기가 똥을 싸놓고 간

실외기 즐비한 아파트 상가

휴대폰 가게에는 어제와

내일의 사람이 드나들고

세탁소 앞 새로 생긴 카페에는

고양이만 물끄러미 앉아있지


레코드 가게 문 닫은 거리

크리스마스 캐럴도 사라지고

김약국에서 우체국으로

마을버스 타고 가다 듣는

정오의 희망가요

광고에 꼬리 잘린 노래가

환기구에 갇혀 웅웅거린다




《계간문예》2023년 여름호


정오의 희망가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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