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제품 관점으로 접근한 앤 아더 스토리즈 서울
아래 내용은 굉장히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각임을 먼저 밝힌다.
'& other stories'를 실제로 처음 접한 것은 3년 전 리프레시로 떠난 유럽 여행에서였다. H&M에서 만든 SPA 브랜드가 별거 있겠냐는 생각이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시에 느낀 경험은 꽤 신선했다. 코스메틱, 패션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도 그렇고 제품이 아주 좋진 않았지만 비싼 가격대가 아니라 가성비도 훌륭하다고 느꼈다. 몇 차례 라이프스타일 콘셉트의 브랜딩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정도 콘셉트로 서울에 론칭을 하면 몇몇 브랜드들은 큰 타격을 입겠구나' 하는 주제넘은 우려도 있었다.
3년이 지나 '& other stories'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론칭한다 하여 오픈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매장을 찾았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예전 H&M 매장에 들어선 '& other stories'는 뭔가 미묘하게 달랐다. 예전에 느꼈던 경험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좋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니 솔직한 표현으로 촌스러웠다. 그 복잡 복잡한 공간 안에 있는 것이 불편했고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싶었지만 그 이유는 아니었고,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어 지난 도시에서의 경험들을 곰곰이 떠올렸다.
내가 느낀 차이는, 디스플레이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매장을 가본 것은 아니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나는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총 네 도시 매장을 방문했다.) 내가 '& other stories'에서 느낀 신선함은 믹스매치에 있었다. 카테고리별로 섹션을 나누어 디스플레이하지 않고 2m 정도 간격으로 툭툭 소품들이 매칭되어 하나의 룩북이나 작은 쇼룸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좋았다. 그 특유의 RAW함과 조합의 쿨함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실제로 '& other stori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힐덴벵트손은 소셜 미디어, 스트릿 패션 블로그 등을 관찰해 개인의 스토리가 담긴 패션을 각자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내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콘셉트로 브랜드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나는 그 브랜드 철학이 디스플레이에도 녹아있었다고 본다. '& other stories'는 정리하지 않고 러프하게 뿌려놓았을 뿐이고, 그것을 가지고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고객의 역할로 남겨둔 것이 아닐까?
'& other stories 서울'의 디스플레이는 어느 정도 그 콘셉트를 유지한 것 같았지만 기존 H&M이나, COS 등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브랜드를 현지화하며 그 철학을 너무 프로덕트(제품)에만 맞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브랜드 현지화(Localization)이라면 조금 실망스럽다.
슈프림, 키츠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본다. 슈프림과 키츠네 모두 '경험'과, '문화'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이다. 대부분의 한국 고객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를 이해하고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서 브랜드를 먼저 받아들인다. Resell문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는 제품에 대한 유행이 앞서있는 것이다.
브랜드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철학을 일관된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패키지, 디스플레이, 등이 총체적인 고객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 브랜드가 만든 경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other stories'가 가진 가치와 철학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유럽에서 접한 브랜드와 서울에서 접한 브랜드는 확실하게 다른 목소리였다. 그것이 한국 고객들에게는 더 적합한 방법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오히려 브랜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었다.
날개집, 601비상, 플러스엑스, joh company, 네이버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 ebay korea Product Innovation Center에서 브랜드디자인 리더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 이며 간간히 주변 뮤지션들의 음반작업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