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KE Apr 29. 2018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

상대적인 디테일 Detail.


일주일에 한번 꼴로 부모님이 사는 일산집에 가면, 한두시간 정도 편하게 TV를 볼 시간이 생긴다. 지금 사는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이것저것 잘 다운받아보는 성격도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집중해서 텔레비전을 본다.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서 프로그램을 고르는 편이다.

평소에는 유명한 쇼 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 혹은 드라마 같은 것을 찾지만 요즘 다큐멘터리에 흥미가 생긴 터라 다큐 섹션으로 가서 사라진 고대 문명 "아틀란티스"섬에 관한 다큐를 보았다.

해저 발굴단이 바닷속을 탐사하면서 고대 유적이라 추정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면, 과학자는 그 유적 일부분으로 탄소 결정을 만들고 그 탄소 덩어리를 원자 단위로 쪼개고 분석해서 유적의 지질연대를 측정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의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설명하는 과학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디테일 Detail
요즘 글자 사이 영점 몇 밀리미터, 글자 크기 영점 몇 포인트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는 나를 돌아보며 디테일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원자단위로 쪼개서 사물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는 저 과학자에 비하면, 나는 여러모로 참 둔한 사람이구나.

디테일이라는 것은 작업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세상에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 완벽에 가깝게 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할 뿐이다. 시각적으로 완벽한 커닝(Kerning | 글자 사이를 시각적으로 고르게 보정하는 일)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세계적인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 선생님이 작업한 글자 사이 간격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선생님보다 더 집요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그 작업을 본다면 (막상 떠로으는 사람은 없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내가 만드는 디자인의 디테일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꼼꼼하게 보는지, 얼마나 눈이 예민하지 등으로 나와 다른 작업자를 비교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것들을 스스로와 비교하여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드는 사람은 소신을 가지고 만들면 된다.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후회가 없다면 그뿐이다. 그 단계가 완성이다. 나머지는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렉션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